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 보다 그만뒀다. 어리버리하다 캔디크러쉬. 이게 뭐지... 하며 꾸역꾸역 보다가 4화에서 자연스럽게 멈췄다. 책 방금 다 봤는데 이쪽이 더 취향이다.
오늘 교보 갔다가 <보건교사 안은영> 리커버판 충동구매했다. 실물 보니까 일러스트랑 홀로그램박 색감 조합이 너무 좋아. "저는 이 소설을 오로지 쾌감을 위해 썼습니다."하는 띠지 문장에도 혹했다. 예뻐서 산 건데 재미도 있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드라마 본 기억이 있어서 눈길 닿는 문장마다 정유미 남주혁으로 즉각 시각화됐다. 다른 건 몰라도 정유미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넷플 볼때 뭔 소린지 몰라 어리둥절했던 것들, 책에 다 나와 있다. 촉촉말랑큐티한 젤리는 영상에선 씹덕포인트지만 책에는 없다. 목덜미에서 꺼낸 하트 젤리도 책에서는 그닥 귀엽지 않게 묘사된다. 드라마의 젤리가 하리보라면 책의 젤리는 콧물(아무리 잘 쳐줘도 묽은 슬라임)재질. 드라마 보는 내내 딱히 긍정적인 것도 아닌 젤리가 달콤하고 컬러풀하고 팬시하게 그려지는 게 의문이었던 나는 책을 읽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아 그리고 "내 몸이 좋아진다 좋아진다"는 원작엔 없더라.
정세랑 책 두 권 봤는데 둘 다 꿀잼 페이지 터너다. 픽션 읽기의 쾌감이 뭔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오른쪽 아래로 미친듯이 흘러가는 눈동자. 다음 장 넘기고 싶어 현기증 난다. 더 '쾌'한 건(시선으로부터에 나온 표현에 의하면)'좆같은' 인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좆같음이 없다는 말 정도로는 표현이 안 된다. 크-린함이 무공해 피톤치드 솔솔 부는 자연휴양림처럼 상큼청량하다. 디테일도 사랑이다. <시선으로부터>에서 나는 모르포나비와 된장잠자리를 외모에 의한 종차별주의라고 할 때 박수 쳤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옴잡이도 '하북 위례성' 단어 선택으로 저세상 존재감 획득. 마음에 쏙 드는 디테일 아주 많지만 스포일러니까 이만. 제일 마음에 든 문장 하나만 옮겨 놓을게.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되어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