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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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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 김주희, 현실문화 (2020) 지하철에 보면 여성 전용 대출 광고가 있다. 미즈** 같은. 오래 전부터 궁금했다. 그런 게 왜 있는지. 특별히 여자가 돈을 더 잘 갚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굳이? 그게 궁금하던 차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 "여성 전용 대출은 성매매 업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니까 여자는 몸을 팔아서라도 빌린 돈을 갚게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게 정말일까? 그래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펼치자마자 그 대부업체 이름이 나와서 흥미진진하게 봤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선불금 등 성매매 업주와의 부채가 무효라는 판례가 이어지면서 업주가 아닌 제 3자, 즉 사채업자나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여성들이 직접 대여금을 받도록 주선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즈사랑', '여성 전용 안심대..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2019) 도믿맨이 슬쩍 다가와서 인생 얘기 시작하려는 낌새를 눈치채고 황급히 자리를 뜨려는 사람처럼를 봤다. 반쯤 읽다가 덮었다. 첫째론 영성, 명상 같은 종교 관련 정서가 넘나리 생소했다. 둘째, 좋은생각st 거시적 행복지침서 같은 톤이라 '이거 또 똑같은 말 하겠지'싶어서 무척 대충 읽었다. 종교에 닫힌 마음인 나는 필자가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검열하는 데 힘 다 썼다. 근데 어쩌다 보니 다 봤네. 여행 썰이 웃기니까 그거나 봐야지... 하다 끝까지 봤다. 매력적인 책인 건 알겠다. 안 것보다 실제론 더 좋은 책인 것 같다. 내가 아직 마음이 안 열려서 그럼. 최소한 재수 없는 자기계발서 느낌은 아니다. 이래라 저래라 선생질 해서 아 덮을까 싶다가도 막줄에 "사실 이건 제 자신에 대한 얘깁니다" 로 마무리하시..
타자의 참맛: 한병철의 에세이 <에로스의 종말>을 읽고 한 생각 A: 아 연애하고 싶다.나: 누구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A: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시시콜콜한 얘기 뭐든지 해도 들어 줄 사람 있었으면 좋겠어.나: 그 얘기, 내가 들어 주면 안 되는 거야?A: 그거랑은 느낌이 달라.나: ??? 나: 오래 만나도 시시콜콜 뭐 하는지 얘기하고 궁금하고 그래?B: 아니. 초반에는 그렇게 다 얘기했었는데, 감정쓰레기통짓이지.나: 근데 왜 다들 연애한다고 하면서 그런 걸 하고 싶어하지?B: 멋모르고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나는 너를 이만큼이나 사랑한다를 그런 식으로 과시하고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이십 대 초반에나 그러지 앞으로는 못 그럴 듯... 나: 나도 내 사소한 얘기를 어디다 떠들고 싶은 욕구로 티스토리를 해. 근데 어떤 사람들은 그런 걸 주변인 중 특정..
슈퍼노멀 Super Normal -사람들은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특별한' 것을 생각하고, 디자이너든 사용자든 모두 '특별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 디자인의 전부라고 여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측 모두 실생활과 동떨어진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p.21).-오래된 것들이 대체되어서는 안 된다거나 새로운 것들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시선을 끌기 위해 디자인된 것들은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특별해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쏟는 것보다 더 나은 디자인 방법론들이 있다(p.29)."제 생각에 '노멀'이란 우리 삶의 풍경과 하나가 된 어떤 존재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평범함 속에서 '진짜 평범한' 유난히 상징적인 원형이 있으며, 이것이 '슈퍼노멀'이라 불리게 되는 것이죠. ..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기업은 모두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기업은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없다." 2018년의 디자인 추천도서 리스트에 있어서 읽었는데, 몇 번을 읽어도 참 적응이 안 된다. 옹골찬 제목과 부제에 잘 드러났듯 이 책의 키워드는 단연 '디자인'이다. 그런데 마스다 무네아키가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그간 내가 경영 혹은 마케팅이라고 불렀던 것들이다. 돌이켜보니 도서관에도 800(예술)이 아니라 300번대(사회과학)에 꽂혀 있었다. 뭐 내가 이 책을 무엇이라 말하건, 필자는 꿋꿋이 하고픈 이야기를 '디자인'이라는 단어로 풀어간다. 그런데...(1) "상품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기능, 또 하나는 디자인이다. 어떤 상품이든 마찬가지다. 유리잔을 예로 들어 보자. 액체를 담..
잔혹함에 대하여: 악에 대한 성찰 잔혹함에 대하여: 악에 대한 성찰애덤 모턴 지음/변진경 옮김돌베개, 2015. 살인마나 소아성애자를 악마라고 욕하는 일에 비하면, 그의 동기를 이해하고 나조차도 그와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상상하는 일은 무척 거북하고 어렵다. 필자는 이 사고실험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 책을 거의 통째로 바친다. 영화 속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넘나들며 온갖 예를 드는데, 이게 드라마틱하고 흥미롭다. 방향성이 모호하고, '그런 사람도 있지만 안 그런 사람도 있다' 식의 서술이 우유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무튼 예시들이 재미있는 것만으로도 읽은 보람이 있다. 제목이 진지하고 어려운 본격 철학 서적처럼 보이는 것은 좀 어색하다. 표지가 멋지다. '악'이라는 글자를 색 없이 레터프레스로 찍었다. 다 읽고 나면 내용에 힘입..
후 이즈 힙스터? / 힙스터 핸드북, 문희언, 여름의숲, 2017 p.5 -서울시 마포구에 산다.-맥주는 수입 맥주만 마신다. 선택지가 없으면 카스다.-스파게티라면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 아니면 알리오올리오가 최고다.-해마다 일본이나 대만 같은 가까운 나라로 혼자 여행을 간다.-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제주도이다.-서핑은 강원도 양양이다.-이태원은 인스타그램 사람들의 동네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태원에 간다면 한남동이다.-최근 가장 즐겨 듣는 건 신해경과 실리카겔이다.-아이돌은 샤이니, f(x), NCT를 좋아한다.-페이크 버진이나 김밥레코드가 주최하는 내한공연에 가 본 적이 있다.-하나 정도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다.-텀블벅 후원 횟수는 10회 이상이다.-좋아하는 영화감독은 노아 바움백 아니면 자비에 돌란이다. 웨스 앤더슨은 기본이다.-언리미티드 에디션 참가 경..
히토 슈타이얼, <스크린의 추방자들> 워크룸프레스 히토 슈타이얼, 워크룸프레스쉽게 설명하려는 생각이 없는 문체. 각주가 본문보다 더 길기도 함. 전체적으로 밀도감이 빡 있고 종이도 겁나 두꺼워서 잘 펼쳐지지도 않음. 이래 놓고 맹탕인 것 같으면 지적 허세야 뭐야 하면서 안 읽었을 텐데, 중간중간 툭 튀어나온 송곳같은 생각이 있어서 헉 함. 머리아파 죽겠는데 계속 읽게 됨. 은근 매력적이다. 1 / 자유낙하: 수직 원근법에 대한 사고 실험 1. 현대의 특징: 근거 없음“많은 동시대 철학자들은 ‘근거 없음’이야말로 현재의 순간을 특징짓는 지배적인 조건이라 지적한다. 우리는 형이상학적 주장이나 기초적인 정치 신화의 안정적인 근거가 되는 그 무엇도 상정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결과는 주체와 객체 그 모두에게 영구적인, 아니면 적어도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