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mi

0628 국현 놀러감


전시가 아주 어마어마했다. 이때껏 가 본 국현 중에 제일 재밌었다. 네 개 전시실에 걸쳐 하는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 아시아에 대한 얘기들. 우리 대륙(?) 할 말이 이렇게나 많은 곳이었는지 몰랐다. 작품 하나하나가 흥미진진했고 메시지가 뚜렷했다. 너무 재밌어서 말 그대로 놀다 왔다. 기껏 들고 간 카메라도 코트룸에 맡겨 버렸다. 오늘은 대충 일기만 쓰고 리뷰는 나중에 다시!


얼마나 많은 리서치를 한 건지 놀라웠다. 아시아에 애매한 것 정말 많구나. 너무 다 재밌게 봐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아 <더 하우스> 앞에서 '적산 가옥'이란 단어 기억해 낸 내 자신 치얼스... 전에 일민에서 한 다른 전시에서 봤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한반도에 지은 일본식 주택이다. 근데 동시에 일본이랑 전쟁 중이던 미국에서는 폭탄 성능시험을 하려고 일본식 주택을 똑같이 지었었다네. 미쳐따 이런 거 누가 알려 주냐, 너무 재밌다.  

<예술과 기술의 실험 E.A.T>도 재밌었다. 트로이카의 조상님 격이다. 세련되고 복잡한 미디어아트(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예술+테크놀로지를 말하고 싶었음)작품만 봐 왔어서 새로웠다. 60년대 처음 실험하던 때에는 이렇게 투박하고 못생기고 단순했구나. 심지어 손으로 그린 물리 시간st 회로도가 있다. 당연히 이렇게 시작했을 테지만 막상 보니 쇼킹했다. 

지난 주에 본<디자인이 태도가 될 때>의 두 번째 꼭지랑 이어서 생각해 보면 뭔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때 재밌게 봐 놓고 메모 안 했더니 역시나 반납하는 순간 다 잊어버렸다. 내일 다시 빌려와야지. 



오늘 프로 솔플러 난감했다. 우산 없이 갔는데, 폐장 시간 다 되어 미술관 밖으로 나오니 비가 부슬부슬 왔다.

처마 밑에서 조금 기다려 봤지만 그칠 기색이 안 보이기에 그냥 맞고 가야겠다 싶어 전시 리플렛을 머리에 두르고 밖으로 나왔는데 몇 걸음 떼자마자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졸지에 건물 외부 폭 80센티 정도의 보(?)밑에 꼼짝없이 갇혔다. 하늘 뚫린 것처럼 비가 왔다. 온 몸이 다 젖어서 코끝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이가 막 떨렸다. 카메라 든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다행히 카메라는 멀쩡하다. 대신 다이어리가 빗물을 다 맞아서 쭈구리가 되었다. 


필로티로 뛰어들어가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갑자기 드라마처럼 몇 초간 해가 나더니 빗방울이 잦아들었다. 사진은 그 몇 초에 찍은 거. 순간이 너무 예뻤다. 우산 쓰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탄성을 내뱉었다. 



예쁜 건 순간이었고 다시 뿌연 하늘에 부슬비가 내렸다. 쫄딱 젖은 어린 까치도 그제사 어디로 뛰어간다. 나인줄...어차피 젖은 거, 이 정돈 맞을 만하단 생각에 안국역까지 걸어 와 버스를 탔다. 리넨 셔츠여서 버스에 앉으니 금세 말랐다.



캬캬 힘들고 재밌는 하루였다. 진짜로 너무 재밌었는데 재밌다는 말을 몇 번이나 쓰는 거니 아이구야... 


'tmi' 카테고리의 다른 글

0704 국립민속박물관  (0) 2018.07.05
0702  (0) 2018.07.02
0701  (0) 2018.07.01
0626  (0) 2018.06.26
이사  (0) 2018.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