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올해 예정된 마지막 전시 철수다. 졸전 끝나면 앓아누울 줄 알았는데 말짱하게 예정된 것들을 다 잘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졸전 이후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진짜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다. 어쩌다 보니 디자인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졸전 때만 해도 작업에 확신이 없었다. 남들이 좋게 말해 줘도 다 엎드려 절 받기라고 생각하면서 눈 감고 귀 막았다. 지금은 누가 칭찬해 주면 아...그래 좋은가보다...정도는 하게 됐다. 저는 계속 봐서 잘 모르겠는데 암튼 앞으로 더 좋은 거 할 거에요. 그래야지.
졸전자 중에 나만 전시를 세 개나 보내 줬다. 세 개가 다 좋은 건 아니었다. 아무렴 못 나간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못 나가는 게 더 나았을 것도 있었다. 근데 그냥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보는 것도 지금 시기에는 해 볼 만한 일인 것 같다. 세상에 눈 먼 돈이 많고 디자인 바닥은 좁고 행사는 다 짜고 치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