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조그만 백반집에 갔다. 음악이나 라디오가 일절 흐르지 않는 가게. 손님은 나와 친구 두 명뿐이었다. 우리는 순두부찌개 두 개를 주문했다. 여자 사장님이 요리를 하면서 우리에게 주저리주저리 자기 얘기를 했다. 나는 하던 대화를 끊고 그가 하는 얘기를 잠자코 들었다. 이윽고 반찬이 깔렸다. 반찬그릇을 내려놓고 나서도 그는 끊길 듯 끊길 듯 계속 말을 걸어왔고 우리는 계속 잠자코 들었다. 나는 반찬을 젓가락으로 조금 집어먹었다. 정갈하고 슴슴했다. 순두부찌개가 이어 나왔다. 자극 없이 자연스러운 맛. 거기까지 괜찮았다.
그는 온화한 목소리로 조그맣게 말했다. "아유, 웬 왕 벌이 있네." 그리고 손에 신문지를 왕창 구겨들더니 손으로 벌을 덮었다. 아, 좆간이 미안해. 조금만 빨리 봤더라면. 밥맛이 뚝 떨어졌다. 당연히 그는 벌을 죽였다. 겁 많고 창의력 없는 보통의 사람이 다 그렇지. 그럴 수 있지. 못 견디게 역겹다고 생각할 것까지는 아니었다. 그 정도였으면 이 글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예의 차분하고 느린 말씨처럼 벌도 그렇게 죽인 것 같다. 으깨질 때까지 천천히 눌러서. 어떻게 알았냐면, 그가 밥먹는 우리한테 대고 조근조근 생중계해줬기 때문이다.
그는 신문지로 벌을 덮은 상태로 한참을 중얼댔다. 며칠 전에 자기가 어떤 이상한 벌레에 물려서 손이 부어올랐는데 모기 같지는 않았었다, 어쩐지 수상했는데 이 벌인 것 같다, 가게에 꽃 그림이 많아서 벌이 들어왔다는둥 도시에 벌이 나올 리가 없는데 뒷집 할머니가 키우는 식물 때문이라는둥. 그러면서 간간히 덧붙였다.
"아유, 발버둥을 치네."
"아유 아유...아직도 움직이네"
조용한 가게에 구겨지는 신문지 소리만 엄청 크게 들렸다. 벌을 다 뭉개고서는 뭉개진 벌이 든 신문지를 손에 들고 테이블 옆에 서서 자기 벌 물린 이야기를 또 반복했다. 안 궁금해요, 제발요. 어떻게 저렇게 자기중심적일까. 당신 죽을 때도 모두들 각자의 안위만 생각합시다. 대충 빨리 일어났다. 내가 으깨진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