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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캐시백 돼요?

개강 첫 주 교양 OT.

"제 수업은 매주 과제가 좀 있어요. 책도 읽어야 하고요. 부담스러울까봐 걱정이 되지만 도움이 많이 되는 과제입니다. 여러분들 지금은 눈이 초롱초롱하지만 일주일만 지나도 힘들 거에요. 그러니 과제 할 시간을 드릴게요. 1시간 보는 수업시간에는 강의실에 올 필요 없습니다. 잠시 여유를 갖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지면 좋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3학점 교양이 2시간-1시간으로 쪼개져 있다.)

세 시간 중에 한 시간은 수업을 안 하시겠다는 말이었다. 느끼한 말로 직무유기 합리화하는 것 봐. 전 돈으로 당신의 시간을 샀는데요. 수업을 안 하신다니, 당연히 등록금 3할은 캐시백 해주시겠죠?

참고로 교수는 현직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중앙도서관 관장이다. 올해 총장후보자 선거에도 출마했던 명망 높으신 분. 책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데 뭐지? 끝나자마자 쪼르르 갔다. 

"교수님, 저희를 배려해 주셔서 감사한데요,"

"내가 무슨 배려를 했지?"

"과제 하라고 시간 주셨잖아요."

"아 그렇지. 근데?"

"근데  시간에 교수님은 뭐 하세요?"

"자네 무슨 과인가?"

"디자인과요."

"디자인과는 나보다 더하지 않아? 몇 학년인가?"

"4학년이요. 이렇게 대 놓고 수업 안 한다시는 교수님은 처음이세요."

"너무 많이 컸구만. 이삼 학년 때 만났으면 아주 바꿔 놨을 텐데. 디자인과 학생들도 매일 우유병 같은 거나 만들고 있어서 독서나 철학적 사고는 부족한 학생들이 많아."

"맞아요. 열심히 해야죠. 근데 혹시 수업 안 하시는 시간에 연구실에 계세요? 저도 글쓰기를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서요. 제가 쓴 글 들고 찾아가면 읽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우리가 꼭 만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졸업 앞두고 바쁘지 않아? 다른 학생들은 너무 바빠 보이던데... 학생은 아닌가? 나는 이만 가보겠네..."

강의하기 싫어서 꽁무니 빼기. 진짜 별로다. 학번과 전공부터 궁금해하고, 스테레오타입 갖고 얘기하는 것도. 교수님, 꿀강의라고 환호하는 멍청이들하고나 지지고 볶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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