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충 보기: 시각적으로 매력 있는 작품만 본다.
- 주의: 써 있는 글을 읽고 싶어도 참는다. 읽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 재료나 소재 중에 본인 취향인 게 있는지 본다. 나는 식물, 동물, 로봇청소기가 있으면 달려가서 그것부터 본다. 귀여우니까.
- 눈 시리게 선명한 색감, 뭔진 몰라도 하튼간 큰일 났다 싶은 것, 뭔진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도 본다.
멋져 보이는 게 하나도 없고 지루하다고? 그럼 다음 단계로
2. 졸렬한 감상법: 얼굴을 최대한 가까이 들이대고 마감한 디테일만 본다.
- 제작하기 곤란했을 것 같은 부분에 집중해서 본다. 모서리, 겹치는 부분, 오타, 서명, 작은 땜빵, 애매한 것들을 찾는다.
며칠 전에 본 바바라 크루거의 스펙타클 오지는 시트지 작품도 가까이서 보면
망점처리 이미지와 그래픽의 블랙 영역이 맞닿으면서 애매하게 경계 졌쥬? 두 이미지의 블랙 값이 달랐나 보다. 그렇다고 작품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근데 나는 이렇게 했다가 교수님한테 혼났다.
블랙 기스난 부분은 마카로 때웠다. 그런데 이건 작가 영상에서도 말하더라. 프린트된 사진과 마카로 작업한다고.
그치만 놀랍게도 어떤 작가들은 나노 단위에서까지 완벽하다.
가까이서 보니까 모서리에 칼끝도 안 들어가게 생겨서 소름 돋았다. 티끌 하나 없는 마감이 경이로울 정도였는데 아무래도 외계에서 온 물건으로 추정된다. 멀찍이서 볼 땐 별 생각 없었다.
- 프로의식에 경탄하면서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낸다. (유잼 GET)
매력적이지도 않고 완성도도 별론 것 같다고? 다음 단계로
3. 권위를 역추적하기: 이딴 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를 생각한다.
- 눈으로 아무리 보아도 이렇다할 포인트가 없으면 숨겨왔던 생각을 꺼낸다. '이딴 걸 가져다 놓고 어떻게 돈을 받는 거지', '이딴 게 어떻게 국공립 미술관에 있지'
- 작가를 대단한 직업 취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때만큼은 그곳에 작품을 내놓은 작가를 하늘같은 선생님들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래도 내가 다 파악하지 못한 대단한 의미가 있을 것이야!" 라고 자기 최면을 건다.
하지만 한 전시실이 전부 이런 작품뿐이면 그냥 나가서 카페나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4. 창의력 아무말 대잔치: 기상천외한 쓸모를 갖다붙이자
- 하물며 다 뜯어먹은 옥수수 뼈다귀도 꼬챙이에 꽂으면 효자손으로 쓸 수가 있는데 고귀한 "례에술작품" 의 쓸모를 발견하는 것 정도야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 캡션에 달린 설명도 개 에바라면 차라리 이걸 어디에 쓰면 좋을지 생각한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는 실을 다루는 공예적이고 여성적인 뭔갈 말한다고 했지만 그냥 조따 크고 기괴하게 생겼으니까 공포 영화 캐릭터로 나오면 좋겠다, 제임스 터렐 설치는 인피니티풀처럼 수영장에다가 해서 거기 들어가서 몸 담그면 너무 좋겠다... 이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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