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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웃기지가 이제 진짜 웃겨졌다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게 요즘의 맥락으로 재소환됐는데 하필이면 좁밥 비웃음거리라니. 유튭계의 이단아 가인학생 브이로그를 배꼽 잡고 보다가 갑자기 뒷목이 뻣뻣해졌다. 이 노래 웃기지가 들려와서. 내 맴 아픈 건 둘째치고 진짜 너무 찰지고 웃기게 부르니까 동네 사람들 유튜브에 검색해서 꼭 보세요... 돌이키기는 이미 늦었어... 시아준수 정규 2집 수록곡 <이 노래 웃기지>(2013)가 이제 진짜 웃겨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스워졌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너무 웃겼다. 깔깔 얘 왜 이러니? 나 옛날에 준수 팬이었는데, 이런 바보같은 걸 왜 좋아했지. 빠깍지가 무섭구나. 그래서 나 탈덕했잖아 앜ㅋㅋㅋㅋ... 남의 일처럼 비웃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 콘서트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걸 기억해내기 전까지는 말이지... 심장 터지게 꺅꺅거렸던 기억이 되살아나기 전까지는 마음껏 그럴 수 있었는데,,, 그걸 다 기억해놓고 자아분리해서 남의 일처럼 깔깔댈 수는 없는 노릇,,,

변명) 그러니까 이 노래가 나왔을 때 팬덤은 생각보다 잠잠했다. 음원 뜨고 처음 들었을 때도 안 웃기고 기괴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왜냐면 첫째, 김준수에게 주어진 개그 기대치가 원래 극히 낮았다. 인싸 갬성하곤 거리가 멀었고 성실한 노잼 일벌레 이미지라서 안 웃겨도 그런가보다 했다. 둘째, 다른 좋은 발라드곡도 같이 들고 나왔으므로 떡밥 기근도 아닌데 굳이 이노래웃기지를 들을 이유는 없었다. 너무 객기 부린다 싶어서 좀 찝찝하긴 하지만 '열일한 울 어빠' 똘레랑스로 커버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이렇게 재가공되어서 '항마력 딸리는 노래 모음'에 들어가다니. 

이렇게 비웃음거리가 되더라도 방송도 못 나오는 입장에선 어떻게든 회자되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일이라고 하는 게 나으려나... 가능하면 문명특급 같은 데라도 한 번 나와서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해 주면 너무 반갑고 재밌을 것 같다...

진짜 맥락의 중요성을 느낀다. 스무스하게 김준수 디스코그래피에 안착했나 싶었는데 몇 년 뒤 뜬금없이 팬 아닌 사람들한테 들켜서 탈맥락화하고 웃음거리로 재탄생... 왜 저걸 보고도 탈덕 안했냐고 놀리는데... 변명 같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 아 됐어 진실은 내 자신이 알고 있으니까 됐어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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