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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너무 더운 7월 31일

2주간 국제여름학교 봉사활동 하느라 티톨 방치했다. 내 시간 마음 체력 통장 잔고까지 퍼주고 좀 과했나 싶지만 재밌었다. 인싸 성격도 아니고 언어도 어설퍼서 걱정했었는데 전혀 문제없었다. 다들 착해서 찰떡같이 알아듣는(그런 척 해 주는) 좋은 친구들이다. 나도 서울을 잘 몰라서 대단한 맛집이나 관광지에 데려가진 못했다. 근데 그냥 같이 걸어다니기만 해도 재밌는 얘깃거리가 줄줄 나왔다. 케냐 프로문신러의 타투와 피어싱 시술법과 시술후기, 러시아에서 버섯으로 김장 비슷한 것 하는 얘기, 일본의 에메필과 예쁜 브라 얘기, 네덜란드인이 생각하는 네덜란드와 내가 생각하는 헬조센 비교하기. 친구들 하나하나가 귀한 인터뷰이 같았다. 

찍사 담당 미디어팀이라 마지막 날 상영할 영상 만들기와 애들 사진 찍기가 주 업무였는데 찍는 것보다 후작업이 더 일이었다. 매일매일 생성되는 디지털 쓰레기가 몇십 기가라 밀리면 답도 없다. 집 돌아올 땐 피곤에 쩔어서 바로 쓰러져 잘 것 같다가도, 막상 멤카 열어보고 보정 시작하면 재미들려서 새벽 두세시까지 말짱하다. 다만 버디들이 놀러가자고 하면 앞에선 흔쾌히 YES 하면서 '이걸 몇 시에 끝내고 돌아와서 내 할 일을 할 수 있을까'생각하는 게 미안했다. 

너무 더웠던 것만 빼면 완벽했다. 남은 고민은 그냥 프로그램 밖의 내 몫. 과연 국제여름학교는 진짜 인터내셔널 했는지(그럼 왜 90명 중에 흑인은 단 한 명이었는지), 우리 등록금이 이 프로그램에 쓰이는 건 무슨 의미인지(전액 우리 학교 부담, 참가비 무료), 내가 (즐기는 마음으로) 하루 15시간 노동한 결과물 때문에 내 다음 누군가가 곤란해지지는 않을지, 1일 1만원의 활동비는 어떻게 책정된 것인지(성실하게 버디들과 놀러 다닌 내 통장은 왜 거덜) 궁금하지만 뭐 아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다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겠지 그냥 그래 그런가보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한글 더듬더듬 읽는 애들 너무 귀엽고. 나는 다시 티톨 열심히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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