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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2019)

Seoultech 국제여름학교 STISS 후기


2018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국제여름학교(STISS; SeoulTech International Summer School)

2018. 7. 16 ~ 7. 27.


내 사진과 나의 사진

- 세계 25개국, 46개 대학, 87명의 외국인 학생이 참여, 본교생 20명 자원봉사(volunteer)

- 해외 교류대학 학생들을 초청해 상호 학생 교환 교류를 지속하고 본교를 홍보하여 향후 유학생 유치 확대 목적

- 본교 한국어학당 강의, 한국 문화 특별강의 및 체험을 통해 본교의 우수한 수강환경과 한국문화를 경험하는 프로그램

*출처: http://www.seoultech.ac.kr/service/info/news/?do=commonview&bnum=3596&bidx=467079


학교 피셜 이런 행사였다. 끝나고 며칠 동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다. 이제서야 좀 할 말이 생각나서 써 봄. 기록 없이 흘려버리기엔 아까운 2주였다.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고, 울 학교가 엄청나게 공들이는 행사 중 하나다.


벌룬티어는 총 스무 명 뽑았고 통역, 일반, 미디어팀 세 타입이다. 난 찍사와 영상 편집을 담당하는 미디어팀으로 지원했다. 지원동기는 두 개였다. 첫째, 지원서 쓸 때쯤 장만한 새 카메라를 실컷 써보고 싶음. 둘째, 2학기 교환학생 가기 전에 미리 외국인이랑 부대끼면서 몸풀기 타임. 근데 스티스 합격하고 나서 며칠 있다가 교환학생 불합격 통보를 받아버려서 두 번째 목표는 시작도 전에 무산되었다. 으엉 스티스도 그냥 하지 말까, 쭈굴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하길 잘 했다. 카메라도 실컷 썼다.


행사 사진 찍고 송별식 때 쓸 영상을 만드는 게 우리 팀의 주 업무여서 지원할 때 간단한 포폴(사진, 영상 1분)을 제출했다. 면접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교환학생 면접하고 완전 달랐음. 일이 많고 막판에는 밤 새야 할텐데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앗 당연하죠! 결과적으로 밤은 안 샜다. 그날그날 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아서 새벽 서너시까지 붙잡고 끝내고 잤다. 일주일 꼬박 그렇게 하니까 2주차부터는 체력이 실시간으로 바닥나는 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진 보정은 끝나고 시간 많을 때 해도 되는 거였다. 여유있게 할 걸.


신기한 것, 이 프로그램은 무료다. 전액 우리 학교 부담이다. 우린 몰랐다. 참가자한테 살짝 물어 봤더니 비행기표만 끊고 왔다고 해서 벌룬티어 일동 아연실색... 근데 사실이었다. 2주를 먹여 줘 재워 줘 차 서울 관광시켜 줘 한국어 강의 듣고 크레딧도 인정해주는데 무료다. 어떻게 이런 미친 듯한 혜택이 있냐면...(짠내주의) 피셜에도 나와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교류 불균형 해소가 목적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교환학생을 많이 나가는데, 다른 대학에서는 잘 오지 않으니까 이런 행사로 초청해야 한다고. 그렇게 기획된 행사라 본교생은 자원봉사다. 열정페이인 건 알고 지원했지만 내막을 알고 나니 씁쓸했다. 우리 학교 이렇게까지 하는데 내 독일 교환학생은 그렇게 되었다 이거지.


암튼 우리 학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접대 코스다. 청와대 사랑채, 청정원 쿠킹스튜디오 나도 처음 가봤다. 복날엔 인사동 유명한 맛집 가서 삼계탕도 먹여 준다. 기가 막히게 후식 아이스크림까지 준비되어 있다. 활동하다 땀 흘려서 지칠 만하면 음료수와 간식이 도착한다. 애들이 우리한테 고맙다고 할 정도였다. 어? 아니 우리가 준비한 건 아닌데... 꼼꼼한 준비에 매일 감탄했다. 참가자 부럽다. 애들도 다들 좋아하면서 잘 따라 주고 열심이다. 한글 좀 배웠다고 간판만 보면 더듬더듬 읽으려고 하는 게 귀엽다. 어디서 한국말로 18이 욕인 건 알아 와가지고 자꾸 읽어 달래 요것들이!


완벽한 준비에도 어쩔 수 없는 건 날씨. 너무 덥다. 하필이면 단체티가 와인색 면티라서 겨터파크 등짝 염전이 선명하다. 처음엔 부끄러웠는데 너도나도 개장하니까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아 그래 사람인데 땀이 나는 게 당연하지! 더위 때문에 열심히 준비한 캠퍼스투어는 아쉽게 취소되었다. 나 포함 미디어팀은 카메라 스트랩 모양 땀자국을 달고 살았다. 무게는 어지간히 익숙해졌는데 70-200은 실시간으로 지치는 게 막 느껴졌다. 첫 주는 로케가 많아서 매일 땡볕에 익고 화장 다 녹아서 돌아왔다.


녹초 상태로 퇴근해도 버디들이 밤에 놀자고 또 불러낸다. 반짝 놀고 싶은 여행자 마음 이해하니까 초반엔 무리해서라도 놀러 다녔다. 먼저 다가와 줘서 고맙고, 이왕 놀러 온 거 야무지게 놀다 가길 바라니까. 나갈 땐 발걸음이 무거워도 막상 만나면 깔깔거리고 재밌다. 궁안뜰, 노래방, 고터 쇼핑은 만국공통 취향 저격이었다. 벌룬티어 몇 명이랑 버디들 우르르 몰고 노래방 갔다가 느낀 건 한국인들 재능이 미쳤다. 내심 우리는 면접 말고 오디션으로 뽑힌 게 아녔을까 생각했다.


프로그램 없는 주말엔 소소하게 버디 두세명과 창덕궁 후원, 국립현대미술관, 캐논갤러리와 후지필름 갤러리에서 하는 사진전을 다녀왔다. 두뇌 풀가동. 케냐에서 온 페이지가 광화문 촛불집회 사진 보고 쏘 뷰리풀하다기에 사전 동원해가며 얘기해 줬다. 역시 예술 전공. 인종차별과 젠더 이슈에 밝은 친구였다. 우리나라에 여자 대통령이 있었(다가 없어졌)던 과정을 신기해 했다. 마사이 족을 다룬 사진집에서 금발의 백인이 마사이족에 끼어 있는 걸 보고 짜증냈다. 페이지는 사진 전공인데 남 찍느라 자기 사진은 없다고 슬퍼했다. 자기 카메라 주면서 자기 좀 찍어 달라고 하는데, M모드로 이렇게저렇게 설정해서 찍어 달라고 하는 게 사스가 전공자였다. 나도 해 달란 대로 척척 해서 만족도 최상이었다. 반가운 니콘 동지. 


외국인 애들하고 다니면 지렁이 보고 윽 저거 스네이크지! 기겁하고 애호박 된장국을 아보카도 수프라고 하는 신박함이 있다. 러시아에서 온 알렉산드라가 왜 한국 자동차들은 문에 작은 파란색 스폰지를 붙이고 다니냐고 질문했다. 눈도 좋다. 새벽에 하이킹 갔다가 산꼭대기에서 이상한 걸 보고 비디오를 찍었대서 보니까 아주머니들 체조하는 걸 찍어 왔다. 맞아 그건 나도 신기해. 한국학 전공이라 조만간 또 볼 것만 같다. 마지막 날 밤에 이런 걸 물었다. 학교에 코리안 컬쳐라고 하면서 술 마시자는 남교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원래 그러냐고. 음... 몇 개 더 물어 봤다. 친해? 너희 나라에선 어떤데? 질의 끝에 anyone who say 'Korean culture'는 XXX인 걸로 결론났다. 아이고 두야.


진짜 재밌는데, 뒤로 갈수록 체력 갈림+마감일 다가옴으로 막판엔 급기야 누가 오늘 저녁에 또 놀러가자고 할까봐 무서운 지경에 이르렀다. 나 샤샤랑 서점 진짜 가고 싶었는데 물리적 한계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샤샤 미안해요. 영상 편집 분업한답시고 파일 넘기는 데 시간 뺏기느니 그냥 내가 하는게 빠르겠다 싶어서 송별 영상 편집은 내가 다 했다. 인싸 성격 팀원들이 좋은 소스 잘 따 와서 수월했다. 우리끼리 보는 거니까 퀄리티랄 것도 없음. 초점 안 맞아서 못 쓰고 흔들리니까 스태빌라이저로 우겨넣고 난리 쳤다. 셀렉하면서 (인종)다양성을 계속 염두에 뒀는데 잘 반영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여기서 볼 수 있음.


언제 끝나나 했는데 눈 깜짝할 새 2주가 갔다. 마지막 날에 애들 우는 거 보니까 아쉬움과 미안함이 몰려와서 찡했다. 헝 시간도 짧은데 더 잘해줄 걸.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송별 영상 반응이 좋아서 보람찼다. 의도한 관객 반응이 딱딱 나오는 게 카타르시스다. 할 일은 많았지만 미디어팀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유창한 외국어의 고급인력들 사이에서 나도 용케 쓸모를 찾은 거 같아서 기뻤다. 영어가 늘 거라고 기대했지만 하나도 안 늘었고 뜬금없이 노래방 끌려다니면서 노래가 는 것 같다. 첫째 주에 덥다고 엄청 힘들어했는데 끝나고 나니까 더 미친 폭염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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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1)

그 이후로 우리 입에 오르내린 아시안은 손에 꼽았다. 뒷풀이에서 흘러나오는 비하인드 보따리는 푸는 족족 금발에 푸른 눈 외국인 얘기였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아시아 애들 이름? 잘 몰라. 걔네들은 자기들끼리 놀러 다녀서. "


문제 2) 

(송별회 때 이런 저런 재밌는 상 이름으로 항목을 만들고 상장을 줬다. 수상자는 벌룬티어끼리 투표로 정했다.) 상 중에 Miss & Mister STISS 상이 있었는데 나란히 호명된 두 남녀의 공통점은 다름아닌 유전형질이었다. 참신하지도 않은 미적 기준을 상까지 줘 가면서 전시해 버렸다. 상 이름부터 별론데 결과는 그냥 최악. 앉아 있던 애들은 박수치면서 무슨 생각 했을까.


문제 3)

우리끼리는 종종 '이걸 알바로 했으면 얼마짜리였을까?'를 토론했다. 조건은 2주 풀타임 영어로 일하는 행사스냅과 영상 제작. 미디어팀 4인 1조로 3분 내외 개인작 1편, 7분 내외 팀작 1편 +스냅 알아서 많이. '최저만 줬어도 n십만원' '뮤비 촬영장 시다도 n십만원' 뭐 그냥 그렇다 뿐이지 아무도 진지하게 성토하는 사람은 없었다. 현실은 활동비로 십만원이 입금되었다. 1일 1만원 x 10일. 갑자기 진지해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