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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전시

6.20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나들이


며칠동안 셤 공부한다고 커피 마시고 적게 잤더니 급기야 마지막 날인 오늘 아침엔 인간이기보다 물 젖은 솜뭉치에 가까워졌다.

시험 끝나니 어김없이 종강 현타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날은 덥고 몸은 피곤하고 삶의 질이 파국이라 특단의 조치

우울할 기력까지 소진해버려서 우울을 극복하자. 간다 미술관 걷는다 땡볕! 

(괜한 짓이다 따릉이 빌려서 중랑천이나 달릴걸 그랬음)




폰카로도 느껴지는 미친 햇살. 오늘 두시에 유현준 건축가 강의 왔던데 두시 십분에 도착했더니 만석이라 못 들어갔다. 여기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고 긱사에서 걸어서 20분 걸린다. <유령팔>, <2018 서울 포커스: 행동을 위한 디자인>, <SeMA 소장작품 기획전: 잃어버린 세계>, <잭슨홍의 사물탐구놀이> 이렇게 네 전시 진행중이다. 사물탐구놀이는 옛날에 봐서 오늘은 앞에 세 개만 보기로.



글자만 봐도 재밌어 보임. 디자이너가 마우스로 쓴 글씨라고 한다.


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별 구분 없이 오가며 한 작업들을 모은 전시. 인터넷의 보급이 가져온 창작환경의 변화, 신체의 망각과 확장이 주제다. 나도 과제하다 보면 '마우스가 나인지 내가 마우스인지' 마우스와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르는데 이 현상을 '유령팔(환상지)'에 빗댄 게 재미있었다. 괴발개발 그래픽 아이덴티티도 나는 좋았다. 적당히 유령스러우면서 마냥 손글씨같지 않은 느낌이라 매체의 중간 지대에 있는 느낌이 잘 보이는 것 같음. 밑에다가 폰트 레이어를 두고 트레이싱한 걸까?




큽 어떤 것들은 너무 손글씨 느낌이라 별로였다.


전시 설명에 작품명 작가명 말고 글리프도 손글씨로 되어 있다.

찍어온 부분에 유독 글리프가 많다. 구두점 정도만 있는 다른 설명 읽을 땐 딱 방해받지 않을 만큼만 귀여워서 좋다고 생각했다. 꺾인 슬래시 누가 좀 펴주시오...!



혼자 전시 세 개 다 보고 집에 가려던 차에 도슨트 투어 하니까 로비로 모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피곤해서 눈이 막 감기는데 안 듣고 가면 궁금하니까 잠깐만 듣다 빠질 요량으로 갔다. 그런데 들으러 온 사람이 나 하나뿐이어서 출튀 각도기 브로큰. 도슨트 선생님은 동공지진. 짐작으론 샘의 머릿속에 이런 극한상황(일대일+이미 혼자 전시 다 돌고 옴+누가 봐도 미술전공자 같은 옷차림)을 위한 스크립트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차분히 무사히 마치셨다. 리스펙! 



...전시를 세 개나 보고 느낀 점이 이것뿐임. 착즙력이 컨디션 영향을 이렇게 많이 받는지 몰랐다. 다음부턴 에너지 버리려는 목적으로 미술관에 가지는 말아야겠다. 생각나는 마실 포인트가 여기뿐이라 왔는데 스포만 당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