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탐구생활/전시

국립민속박물관 소금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

<호모 소금 사피엔스>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I

18.5.1.~18.10.31.

무료관람 (경복궁 통해서 오면 경복궁 입장료 내야함)


오늘 본 건 <호모 소금 사피엔스> 야무지고 재밌는 전시였다. 국립민속박물관 이런 곳이었어?

강의실 복도에 포스터 보고 왔다. 게시판에 와장창 붙은 포스터 중에 특별히 졸귀길래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소금의 흰색마다 빤딱하게 에폭시가 되어 있는 게 또렷하고 귀여웠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내 회전문 리스트에 없던 데라 (가보지도 않았지만)노잼이겠거니 했는데 웬걸 재밌잖아?


실물 이제야 봤다. '끔찍한 혼종', '군사정권의 만행', '사상 최악의 현상설계' 건물! 앞쪽으로 튀어나온 콘크리트 구조물은 불국사의 청운교 백운교, 위에 탑 같은 건 법주사 팔상전을 베낀 것. 저 높은 게 전부다 그냥 장식이고 공간은 1층뿐이다. 


소금 염 자 저렇게 쓰는지 처음 봤다. 鹽 부수 鹵(짠땅 로)이거 완전 폰트 밸런스 파괴자다. 


들어서자마자 인도 염부의 가옥을 세간살이까지 고스란히 옮겨온 게 전시되어 있다. 오잉 경복궁 민속박물관에 이게 있다고?했지만 보다보니 임팩트 있고 몰입감이 좋다. 사진 찍어 놓으니까 리얼리티 무엇. 진짜 인도 같다. 

오늘 와 보고 국립민속박물관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 초가집 얘기만 하는 노잼 민속박물관이 아니었다. 지난 전시는 뭘 했었나 찾아 보니 한 3년 전부터 꾸준히 포스터 예쁘고 흥미로운 전시를 해 왔다. 윽 앞으로는 관심 가져야겠다.


단차도 신경 쓴 세심함 굿


1954년의 소금 배급 광고지. 올해는 6.25때문에 김장철 소금 추가 배급이 없으니까 아껴 쓰라는 내용이다. 글씨체가 예뻐서 찍어 봄. 중국이 소금 전매제 했다는 건 동아시아사 때 배웠는데 우리나라도 했는지는 몰랐다. 고려 충렬왕 때 도입해서 무려 1962년에야 폐지되었다고 한다.


폴란드에서는 계급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소금의 종류가 다르다. 먼 순서대로 '크리스털 소금', '녹색소금면체', '성 킹가의 머릿결', '독수리 소금'이다. 제일 귀한 건 제일 가까이 있는 독수리 소금. 왕족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오 핥아보고 싶다.


소금 결정 모양 박스. 좋다! 짠맛에 얽힌 각국의 언어 표현도 재밌게 읽었다. 독일에서는 음식이 짜면 "요리사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단다. 한글밖에 없는 게 아쉽다. 외국인이랑 같이 보면 재밌는 얘길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통역을 잘 한다는 게 전제지만...버디 친해지면 데려와야지. 

그리고 외국인과 함께인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한 건, 바로 맞은편에 소금 먹어보는 코너가 있어서다! 


세계의 소금을 직접 맛볼 수 있다. 아주 작은 접시에 몇 조각씩 덜어서 먹어 본다. 쓰면서 짠 맛, 달면서 짠 맛 신기하게도 모두 다른 맛이 난다. 난 '안데스 호수염'이 제일 맛있었다. 


인포그래픽도 인터랙티브 프로젝션이다. 빛나 보이도록 맵핑된 부분에 손을 갖다대면 애니메이션이 재생된다. 모션도 예쁘고 반응도 깔끔하다. 어른이며 아이며 외국인도 다들 한 번씩 건드려 본다. 뭐야 좋잖아...


마지막 아카이브 패널까지 미쳤다. 내용이며 일러스트며 신경 쓴 티 물씬 나고 또또 재밌다. 어느 단행본에서 콘텐츠를 가져온 게 아닐까 싶은 고퀄리티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었다. 

 

작지만 알차고 꼼꼼한 전시였다. 전시장 조도부터 캡션 시트지의 반투명 정도까지 마음에 든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