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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있었던 일들

 

 

1. 사무실까지는 3km, 마을버스 다섯 정류장 거리다. 질주하는 콩나물시루에 한번 탑승만 하면 7분 만에 사무실 문 앞 도착. 간혹 시루에 내 자리 없는 날이 있고, 배차간격이 들쭉날쭉해서 출근시간에는 좀 쫄린다. 그래도 공릉시절에 비하면 호강에 겨워서 요강에 똥 싸는 소리~!

 

3시간 공릉 통학은 안돼 사랑으로도 안돼

 

2. 그 잠깐 스트레스마저 받기 싫어서 시원하게 한 시간 일찍 나간다. 근처 카페에서 책 보고 글 쓰다 사무실로 올라가면 어마어마하게 으른인 기분 나버려~~! 물론 나는 아아 한 잔에 밤샘 기본인 카페인 민감러이므로 그 아침에도 커피 헹군 물(?)만 마시지만 그걸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3. 건물 근처에 자전거 거치대가 없어서 대충 가로수에 묶는데 마음이 좀...그랬다. 이상하게도 분명 자전거를 자물쇠까지 걸고서 세웠는데, 돌아서니 유기한 기분이었다. 누가 가져가거나 해코지하면 어쩌지, (누차 비 소식 없음을 확인하고도)마른 하늘에 비 와서 쫄딱 젖으면 어떡하지, 버린 거 아닌데 버린 줄 아는 거 아냐 조마조마했다.

그날 저녁 약속이 생겨 하루 꼬박 나무 밑에 두게 됐다. 생각해보니까 달빛 아래 덩그러니 내놓은 내 물건이라는 게 거의 처음이었다.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이때껏 지붕 밖으론 털끝도 삐져나가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 둘째, 처음으로 노상에 차 댄 차주들도 이런 기분인가?

4. 약 30시간 뒤 자전거는 수액과 거미줄과 새똥을 끼얹고 자연과 동화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5. 비가 쏟아지던 화요일 아침엔 카페에 앉아 잘잘잘 하고 있는데 문으로 새 한 마리가 휙 들어왔다. 푸르르르 난리 났다. 황급히 사장님과 눈을 맞췄다.

"여기 새..."
"(턱짓으로) 응?"

천장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말했다.
"새요! 위에!!"
"새요? 아휴... 어디요?"

이런 일 한두 번이 아니라는 눈빛이었다. 새내기 시절, 1학 CU앞에 참새 있다고 대박사건이라는 얘길 선배한테 했다가 저런 얼굴을 봤었지 아마.

"아까까지 저깄었는데! 지금 없어졌어요."
"가끔 그래요.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요. 여기 카페가 천장이 높기도 높고..."
"아 한두 번이 아니에요? 원래 자주 들어와요? 비 피하러?"
"응? 뭐가?"
"새요! 새!"


'물 새'가 아니라 '참새'인 것을 확인한 사장님이 지은 표정은 기절초풍한 1학 새내기의 그것이었다,, 근데 걔 무사히 나갔겠지?

 

3. 고양이사진

매일아침 빨래건조대 너머에서 저런 표정 짓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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