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떠서 양치하는데 뒤통수가 이상하게 찜찜했다. 중요한 걸 잊어버린 기분이었다. 꿈 꿨나? 어렴풋이 기억해낸 장면은 베개 밑에 뭐가 있었던 거. 뭐가 짜릿했다. 자다가 폰 보려고 손으로 침대맡을 더듬었는데 손이 따끔했다. 베개 아래에. 그럴 물건이 없는데.
?
거기까지 생각하고 침대로 튀어갔다. 베개를 들추고 어제처럼 폰을 집어들었다가 아주 그냐앙 기겁했다. 폰이 맥반석마냥 뜨거웠다. 충전 잭 모가지 한 부분이 시커멓게 타서 끊어질락 말락했다. 가슴 철렁. 누전됐나보다. 바로 콘센트 뽑았는데 그쪽도 뜨거웠다. 이러다 불이 나는거군...
좆될뻔했다...
다인이가 학부생 때 가구 만들어서 팔았는데 구매자가 쓰다 사고 날까봐 걱정했던 거 급 공감된다. 멀쩡했던 충전기도 갑자기 지 혼자 열 받아서 끊어지는데, 어설프게 diy 한 거 쓰다가 뭔 일이라도 나면.
비슷하게 아찔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자취할 때였다. 에어컨에서 쉰내가 나서 청소해주시는 분을 불렀다. 뭘 딛고 서서 작업해야 되는데 우리 집엔 바퀴 달린 의자밖에 없어 난감했다. 기사님이 저거 쓰면 되겠네, 하고 가리킨 건 재료가공 시간에 만든 mdf 스툴. 기사님은 180 넘는 건장한 타입. 버틸 수 있을까. 무너져서 뒤로 떨어지시면 어떡하지. 오만 생각 했다. 다행히 별일 없었다만 얼마나 마음 졸였던지. 스툴 말고도 교수님한테 팔고 온 졸업작품 조명, 남은 재료로 만든 기숙사 책상등도 검증 안 된 diy다. 사고 나면 안되는데. 제품디자인은 잘못하면 사람을 죽인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일은 구린 북커버 때문에 누가 죽거나 다치지는 않으니 한결 낫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내 물건을 쓰다가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하면 제조업 사장님들은 밤에 잠이 오나. 안 와야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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