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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피라시(Seaspiracy, 2021) 재수없지만 유익해

 

 


지원이와 베지앙에 앉아서 <씨스피라시>를 보았다. 생선 먹지 말자는 메시지에는 백번 동의하는데 전달 방식에선 좀 읭스러운 것.

첫째, 아시안만 해당되는 악마의 편집. 초반에 No photograph 팻말 달린 홍콩 건어물 가게에서 촬영하다가 아저씨한테 쫓겨나는 장면 나오는데, 촬영 중 흔히 있을법한 해프닝에 너무 심각한 브금과 나레이션인 게 눈에 띄었다. 일본, 홍콩에서 촬영 거절당한 걸 연달아 보여주며 거대자본과 마피아 때문에 위험했단 식으로 말한다. 글쎄... 무턱대고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외국인을 어느 누가 반기리. 찍지 말래도 못 들은 척하고 영어 씨부리며 '왜 찍으면 안돼죠?!' 거리는 매너 없는 서양인을 손짓 발짓으로 쫓아낼 수밖에 없었을텐데, 폭력 휘두르기 일보 직전인 범죄도시 조직원처럼 편집해 놨다. 주인 아저씨들 억울할 듯.

쎄하게도 별 내용없이 범죄도시각 재는 연출은 아시아권에만 적용이다. 담배피는 행인, 어두운 뒷골목, 경찰차 사이렌 소리, 불안한 본인 눈빛 보여주며 일본, 홍콩, 태국을 부패하고 위험한 도시로 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함. 똑같은 돌고래 사냥도 일본인이 하면 범죄고 유러피안이 하면 전통이라는 건지, 끝에 페로 제도(덴마크령) 돌고래잡이 장면에선 배신감 들 정도로 태도가 다름. <씨스피라시>통틀어 제일 유혈낭자한 장면인데, 슬로우 걸고 웅장한 bgm넣어서 숭고한 노동처럼 포장함. 촴 내~!


둘째, 군데군데 빠진 증거를 심증으로 밀어붙임. 초반에 일본 다이지 사람들은 이유 없이 돌고래를 죽인다며 어그로 씨게 끄는데, 인터뷰를 거절당해서 미스터리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음. 사실을 알아보려다 실패하니 대충 건너뛰고 상업 어업 전체로 비판의 강도를 높임. 최선을 다했는데 실패한 걸 어쩌겠냐마는 제작자가 아무리 발로 뛰어도 개인이라 정보수집에 한계가 있는 듯함. 근데 직관으로 알 수 있는 걸 팩트로 확실히 조져주기를 기대했던터라 좀 맥빠졌음.

결국 환경단체와 인증마크 장사 업체가 한통속인 건 실무자들의 말실수와 웹사이트 소개글 분석으로 밝혀지는 모양새다. 웃긴 건 이 인증마크 업체 인터뷰 담당자들이 임포스터 의심될 만큼 허술하고 바보같이 나온다. 생선 사먹지 말라고 말하라니까 유구무언 눈만 끔벅거리는 촌극. 무튼 사기업은 허술한 사기꾼이고, 다음으론 국가기관의 책임있는 사람한테 따져묻는 장면이 보고 싶었는데, EU 집행위원 인터뷰 중 '지속 가능한 어업을 늘리는 게 답'이라는 허술한 대답을 듣고도 왜 반문 않고 끝내는지 아쉬웠다.

덧붙여 일본 고래사냥은 불가해한 야만족 풍습 취급하고 초반 시선끌기용 조미료로 소비하더니 마지막에 등장하는 페로 고래사냥은 지속가능성 언급하며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최선인 양 은근슬쩍 마무리하는 거 으휴 재수 없구요. 통계마다 수치 강조하는 모션그래픽은 기깔나게 넣었는데 출처 표기 너무 작아서 안 보인다. 없는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까 깨알같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스피라시> 볼 가치 너무 충분하다.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전세계가 동참했는데, 플라스틱 쓰레기섬 구성에서 빨대는 0.03%에 불과하다니 충격받았다. 쓰레기의 46%가 어망인데, 상업어업 줄이라는 말은 못하고 만만한 개인들만 뚜까팬 거네. 또 자연산 수산물은 다 야생동물인데 문제의식 없이 함부로 잡아먹어왔다는 점도 잘 짚었다. 공장식 축산물의 전염병과 대량 살처분은 매스컴에 자주 나오고 환경 이슈가 되어 오던 것에 비해 해상 양식장 실태는 잘 다뤄지지 않았는데, 그 동네도 마찬가지로 기생충과 바다물이가 창궐하고 대량 폐사가 빈번한 생지옥임을 보여준 것도 의미있었다. 망망대해 가운데서 뭔 짓거리를 하는지 소비자는 알 도리가 없고, 그러니 모든 어류를 소비하지 않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결론내는 것도 과감하고 멋있다.

<씨스피라시>를 보고서 지구사랑 실천 리스트의 우선순위를 정리했다. 일회용품은 나중에 줄이더라도 해산물부터 끊어야 함. 참치캔과 훈제연어와 칠리새우 안녕이다. 페스코와 비건 사이 어드메인 나한테 GO VEGAN을 종용하는 노빠꾸 직진다큐 <씨스피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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