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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이번 달 <1984>를 읽고 모였다. 종암동에 있는 비건 식당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느슨한 인상비평 타임. 엔딩까지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이었다. 나는 줄 치면서 읽을 생각으로 헌책을 샀는데 본문에 나오는 '대형(큰 대, 형님 형)'이 빅 브라더인 것을 마지막 문장에 와서야 알았다.



동네서점계의 이단아 갑을문고에 들렀다. 지난 금요일날 공주에서 처음 먹은 김피탕이라는 음식처럼 이 서점도 무드는 없지만 맛은 괜찮고 크기는 짐작보다 네 배쯤 컸다. 천천히 포스트잇을 읽었는데 세일즈와 사심 중 후자에 조금 더 가깝게 읽히는 문장들이었다. 서점을 한바퀴 돌고 나니까 책방지기가 쓴 에세이 한 편을 정독한 기분.

1984는 빅브라더의 감시 아래 사랑과 쾌락을 말소당한 세상, 세뇌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부모를 사상경찰에 밀고하는 얘기였는데 우리 중 하나가 너네 그거 기억나냐며 몇 년 전 세간의 화제였던 김기춘 메모 얘기를 꺼냈다. 지금 보니 소설 속 당 강령하고 형식도 닮았다.

야간의 주간화, 가정의 초토화...
처음 떴을 땐 소름끼쳤던 것도 같은데 이 분들 나락 간 지금 보니 새로웠다.

"김기춘이 누구였지?"
"박근혜 때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사람. 노트에 써 있던 메모를 누가 찍어서 올린 거야."
"무섭다."
"괜히 헬조선이 아니라니까."
"...자기 얘기면 웃기겠다."
"자기 얘기?"
"자기가 라면만 먹으면서 야간을 주간처럼 월화수목금금금 어떠한 enjoy도 없이 일한 거지 청와대에서."

다이어리에 신세한탄을 끄적이는 불쌍한 직장인의 초상이 떠올라서 피식하다 우리 모임은 왜 항상 무겁고 우울한 책만 읽느냐며, 각자가 아는 가장 해피한 책 이야기를 한마디씩 했다. <모모> <연금술사>, 왕대륙 나온 <장난스런 키스>를 말했고 다음 책은 <휴먼카인드>로 정했다...



558page... 죽/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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