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잼시기... 9월 10월에도 여전히 책 보고 전시도 다니고 하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듦. 꾸역꾸역 하긴 하는데 재미도 없고 뭘 위해 하는지도 모르겠고 후기랍시고 할 말도 안 생겼다. 눈도장이라도 찍어 두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지만 그런 의미 착즙하는 것도 비루하고 지겹다. 오늘은 좀 달랐지만
2. 최근 재밌게 본 책은 프로파간다의 <세상을 바꾼 벽보>. 녹색당 신지예 후보의 서울시장 선거 포스터 얘기. 선거 포스터 속 디테일들을 아는 게 일단 재밌음. 세심하게 스타일링한 눈썹 결, 샤프해 보이도록 안경에 빤짝 효과까지 넣었음. 읽다가도 그런 디테일이 있었는지 자꾸만 표지를 뒤척거리게 됨. 뒤에 여성 선거 포스터 그래픽디자인에 관한 글도 유익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대 여성 정치인의 PR 전략이 그리 뻔하게 유형화될 줄은 몰랐음. 의미 있는 연대기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신지예의 차별성을 더 부각시키는 효과. 타이포그래피는 뭐 당연 멋지고. 신지예 후보와 필진들의 현장감 있는 페미 얘기에도 공감이 감. 전부터 느낀 거지만 '워마드 노선 아닌 페미'의 자리 찾기는 역시 어려운 것... 그니저나 이게 어느 인권변호사의 불타는 촌평 한 줄로 나온 책이라니, 변호를 너무 고퀄리티로 하는 거 아닌가 싶음. 전에 벽보 보다가 띠용 했던, 기호는 8인데 후보가 착용한 귀걸이는 왜 6인가 하는 궁금증도 해결됨. 기호가 6 아니면 8이었는데 추첨이 사진촬영 바로 다음날이었다고 함. 6모양이 되기를 바랐는데 안 되어서 아쉬웠다고.
3. 무념무상이었는데 오늘 세미나가 재미있어서 간만에 씀. 세미나가 끝나고 쏟아져나온 사람들과 같이 일제히 60-1번을 탔음. 버스가 너무 조용해서 앞뒤에 앉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엿들어버렸다. 근데 너무 맞말이라고 생각했음. 그분들에 의하면...오늘의 후기는 이렇게 정리된 거 같음. 강연자는 총 3명이었는데, "♧는 ♡에 비하면 양반이고 돈값은 전부다 ☆가 했다."
4. (칭찬은 크게 하라고) 대강포스터제 세미나 김기조 디자이너 강연 너무 재밌었음! 버스에서 누가 그러던데요! 돈값은 김기조가 했다고!
5. 직접 겪지 않은 것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었다. 대강제에 간 이유도 그거였음. 현재시제로 겪지 못했던 윗 세대 문화를 그래픽으로 어떻게 푸는지 궁금해서. 이 점에서 김기조의 강의는 모범답안 같았다. 에프엠 답안은 '철저히 고증하고 맥락에 맞춰 써라.' 요샌 7080 시각요소를 어설픔, 유머코드로 받아들이곤 함. 그런데 시대도 안 맞는 요소들을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잡이로 차용하고선 맥락은 깡그리 무시한 채 촌스럽고 병맛이라고 해 버리는 건 예의가 아니다. 두둥 성찰적 관점 타격감 무엇...
7. 이 모든 얘기의 포커스가 대학가요제 말고 88올림픽인 건 아무 상관없음. 요컨대 이게 토씨 하나 빠짐없이 재탕이라 해도 불만이 없다. 과거를 만드는 현재의 얘기라는 주제가 대강제랑 찰떡이니까. 외국인 눈에 맞춰 전통을 개발했던 81년의 지식인들, 어색한 신토불이를 만든 88년 이후의 사람들 그리고 7-80년대의 시각물을 복고와 병맛으로 가공하는 요즘 사람들까지 시대순으로 짚어보는 귀한 시간이었음. 백여 장에 달하는 피피티와 섬세한 아카이빙 덕에 제5공화국 때 얘기가 어지간히 기괴하고 흥미롭게 들렸던 건 덤이라고 생각.
8. 그래도 부천 거기는 너무 멀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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