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플레이스로 난리인 조양방직. 너무 별로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화장실 사진 너무 더러워서 썸네일로 못하겠다 ㅅㅂ)인스타용 사진 찍으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면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텐데, 애초애 기대가 너무 컸다.
남자인 친구가 화장실 다녀오더니 "얔ㅋㅋㅋ 안에 인테리어가 좀 이상한데?"
뭐냐고 했더니 나 보여주려고 사진 찍어 왔댄다. 조양방직이 어떤 느낌으로 별론지 한 장으로 요약 가능
<걔가 찍어온 사진>
립스틱 묻은 냅킨을 액자에 넣어 전시, 옆에 날짜가 적혀 있다.
여자 손님이 버리고 간 냅킨을 주워다 붙인 걸까?
변태 수집가 감성. 그것도 남자화장실에 여성 누드하고 함께라니. 의도가 너무 뻔하고 음침하다.
화장실 밖에도 쓰레기로 버렸을 물건을 장식 삼는 취향은 한결같다. 컬렉터 눈에 들었던 모종의 매력이 있었겠지만 잘 모르겠고 나는 그냥 미감이 후지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게 뭔가 싶고. 고전풍의 서양화와 '개조심'이 한데 걸려 있는 키치 덩어리다.
이럴 거면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1930년대 방직공장'이 아니라 아무 공장이어도 상관 없잖아요. 그냥 힙해 보이는 낡은 철판 배경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고요,,, 아무 맥락 없이 꾸민 게 티 나서 둘러볼 의욕이 사라졌다. 규모는 어지간한 박물관 급인데 그냥 뭐...할많하않 기대가 컸다.
사진으로 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진용 갬성을 위해서 존재하는 장소인 것 같다. 사진을 위해 실제 경험을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걸까. 오브제는 조악하고 음료는 터무니없이 비싸고 공간은 넓고 춥고 정신 없고... 여기서 멋진 사진 얻어서 따봉을 많이 받으면 만족스러웠다고 마음이 바뀌려나. 나로서는 거대한 포토존이라는 것 이외에 어떤 의미도 찾지 못했다.
이런 페이크 핫플이 도시재생이니 시간을 품은 감동이니 하며 소비되는 건 이상하다. 외지인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문화재 껍데기 핥으면서 나르시시즘 파티하고, 돌아가는 길에 앞집 옆집에서 밥 사먹어서 그걸로 동네 상권이 활성화되면 정말 충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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