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점심 먹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국제구호단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붙잡혔다. "한 달 3만원! 굶주린 아프리카 어린이 몇 명을 살릴 수 있어요. 여기 서명 한 번만..." 우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희도 용돈 타서 쓰느라 돈 없어요..." 하고 빠져나오려 했다. 그런데 그가 우리 손에 들려 있던 쥬씨 컵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거 안 먹으면 되잖아요."
오잉? 말이야 방구야? 우리는 후닥 도망쳐서는 욕을 실컷 했다. 제멋대로 남의 라이프스타일을 사치라고 규정하는 거 진짜 예의 없다. 기부는 시혜 뽕인데 저래서는 누가 하겠어? 그러면서 저런 중간 직원을 거칠 바에는, 아프리카 어린이가 인스타그램에 저희 집이 가난하니까 돈 좀 부쳐 주세요 하고 계좌번호를 올리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니까 안 되겠다. "스마트폰으로 인스타도 해? 부자네" "너네 대통령한테 가서 달라 그래" "어린 게 앞길이 창창한데 노오력해서 돈 벌 궁리를 하지는 못할 망정 요즘 것덜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땡전 한푼 안 부치면서 욕만 오지게 할 거다. 어떻게든 동정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아내 기어이 자격 미달로 만드는 거 추하다. 놀러 갔다가 다친 거면, 해외여행 갈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 겨우 몇천만 원 정도 빚은 나도 있으니까 징징대지 말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