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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SBI 디자이너반 합격 후기 1 )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연초부터 준비하던 서울북인스티튜트(SBI) 출판디자이너 채용예정자과정에 최종 합격했다.
서류까진 괜찮았으나 면접을 폭망해서 떨어지겠거니 했는데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떡하니 있다.
웬일이냐... 

덩실 덩실

 
준비할 때 정보가 너무 없어서 막막했다. 합격만 하면 포폴이고 자소서고 만천하에 뿌리리라 벼르고 있었다. 막상 뿌리려고 보니 안에 개인정보가 너무 많다. 까딱하면 고소감이다. 뽑는 인원도 열 명 남짓이라 온라인에서 잘난 척 오지게 했다가는 개강하자마자 흑역사 될 것,,, 근데 나레기 블로그에 셀털하는 거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 이제 와서?

각설하고 준비 과정 자세히 적어둘 테니 SBI 디자이너반에 관심 있는 누구한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운 좋게 아빠 지인 분께서 다리를 놔 주셔서 작년 합격자 분과 연이 닿았다. 감사하게도 그분이 많이 도와 주셨다.

준비하면서 계속 생각한 게, 이건 지인 없는 사람한테 너무 불리한 게임. 편집자, 마케터반에 비해 정보가 너무너무 적다.
인의 랜선 지인인 척 소상히 공유하겠다. 그래봐야 제 경험담일 뿐이지만... 적당히 걸러 들어 주세요😇


내 소개랄것도 없는 소개)
- 산업디자인 전공
- 졸업 후 교재 출판사에서 10개월 근무




STEP 1. 이력서 등록

2021년 디자이너반은 이력서(홈페이지에 입력)와 자기소개서+포트폴리오 두 가지가 필요했는데, 이력서가 제일 만만하니 미리미리 등록. 지정양식 빈칸 채우고, 자유 기입란에는 연도별로 경력사항을 주루룩 적었다.

 

이렇게 해서 냈다. 

 

 

STEP 2. 포폴 1차 정리

제대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본 게 처음이라 이 과정이 오래 걸렸다.

유명한 책 표지 리디자인한 게 있으면 좋았겠는데, 새 작업할 시간까지는 없어 못 넣은 게 계속 아쉬웠다.
(면접장에서 작업에 대한 질문에 답할 때 유명한 책 작업한 지원자들이 훨씬 전달력이 좋았다. 기획의도부터 얘기할 필요가 없으니까 설명하기도 더 쉽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꼭 유명한 책을 할 거다...)

과거에 해둔 학교 과제들, 회사 프젝, 재미로 작업했던 것들 중에서 쓸만한 걸 10개 내외로 추리고 보수공사했다.
사진을 깔끔하게 다시 찍고 화면상에서 대강 레이아웃을 잡았다. 작업당 2~3페이지 분량으로 맞췄다.

제목, 작업기간, 설명글 외에 판형, 표지내지 종이 종류와 평량, 인쇄방식, 제본방식, 사용한 프로그램, 기타사항(수상 이력, 팀 작업이면 기여도, 개인작업인지 회사 프로젝트인지, 실제 출간된 건지 등)을 적었다. 텀블벅, 아이디어스 등 팔아봤다면 크게 자랑하자.

화면 비율, 폰트 크기는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 채점자가 어떤 환경에서 내 파일을 열어보실까 고민했는데, 나는 27인치 모니터로 보실 것 같아서 1920*1080 사이즈로 만들었다. 작년 합격자 분께서는 프린트해서 볼 걸 예상하시고 A4에 맞추셨다고 했다. 둘 다 붙은 것 보면 적당히 봐 주시는 듯.

최종본은 이렇게 완성했다.



STEP 3. 자기소개서 원고 쓰기

아래아 한글에서 A4 한 장 반 정도 썼다. 면접관들이 대충 읽을 것을 대비해 두 문단마다 소제목을 달았다. 내용은 마케터반, 편집자반 자기소개서 양식의 질문들을 참고했다.

- SBI를 알게 된 계기 : 언제 어디서 알았는지, 그때 알았는데 왜 이제 지원했는지
- 타 전공인데 북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이유 : 저는 이래서 책이 좋고, 타 전공에 있으면서 인디자인은 어떻게 배웠고~
- 실무경험 : 무슨 일 했는지,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앞으로 Sbi에서 뭘 더 배우고 싶은지

그리고 현직자 분들을 만났을 때 '기본적으로 글을 좋아해야 한다'는 말씀을 꼭 하셨던 게 기억에 있었다. 나도 글쓰기를 즐기고 책을 많이 읽는단 걸 어필하고 싶었다. 그런데 증명할 만한 이력이 없어 고민했다. 북스타그램이나 서평 블로거, 브런치 작가, 학교신문부 출신, 자비출판 유경험자도 아니라서... 알라딘 중고서점의 프로 책팔렘으로 나를 소개하기로 했다. 책 많이 사고 많이 팔아치우는 나. 민망하니까 첫문단과 끝문단만 공개한다.

(첫 문단)
올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정산받은 금액이 누적 백만 원을 넘겼습니다. 권수로 따지면 800권 정도 되겠습니다. 꾸준히 새책을 사고 또 되팔고 있습니다. 스쳐갈 책과 머무를 책을 고르면서 키운 감각으로, 이제는 제가 디자인한 책을 독자들의 책장 한켠에 알박기하고 싶은 SBI 디자이너반 지원자 000입니다.

(끝 문단)
...하지만 이제는 책 하나만 파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재주들을 똘똘 뭉쳐, 책 한 권 잘 만드는 데에 쓰려고 합니다.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쥘 수 있도록, SBI가 제 아귀 힘이 되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입시 철에 잠깐 읽히는 책보다 더 많은 독자와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기를 꿈꿉니다. 독자들의 책장 한켠, 알라딘 중고서점 방출 위기를 꿋꿋히 버티는 책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겠습니다.

마케터, 편집자반 모집요강에 보면 자기소개서에 꼭 제목을 달아 달라는 말이 있어 염두에 두고는 있었는데,
마땅히 생각이 안 나서 일단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STEP 4.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 합치기

완성한 자기소개서 글을 포트폴리오 PDF 파일 앞부분에 끼워넣어야 한다. 
처음에는 자소서와 포폴을 각각 완성한 다음 PDF 합치기해서 한 파일로 제출만 하면 되는 건줄 알았는데,
합격한 친구들 중 대부분이 표지-목차-자소서-포폴-뒷표지 순으로 만들었다. 

이왕 합칠 거, 나에 대한 한 권의 책처럼 만들어서 기획력을 보여주는 게 차별화하기 좋은 포인트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말로 때우기... 제목을 이용했다.

표지 제목:
<이제는 책 하나만 파고 싶은 북디거 000입니다.> 
자소서 제목:
<책팔이, 이제는 책만 파리>

산업디자인 전공이라 포폴에 인쇄물과 거리가 있는 가구, 조명 작업을 몇 개 넣었는데, 중구난방으로 보일 것 같아 제 발 저린 마음에 '이제 책만 파고 싶다'는 각오를 제목부터 때려박았다.
그리고 마침 자소서에도 중고서점에 책 내다파는 얘기를 썼으니까 펀치라인으로 책 파리... 책 팔이... 어휴,,

나같이 오글거리는 방법 말고도 센스있게 연결성을 줄 방법은 많다. 어떤 방법이든 너무 동떨어져 보이지 않게 연출하는 게 관건인 듯하다.


STEP 5. 최종 점검 및 제출

여기까지 해 놓은 상태로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면서 조언을 구했다. 오타, 비문, 잘못 지은듯한 작품 제목을 수정했다.

북디자이너 포트폴리오처럼 안 보인다는 얘기를 계속 들어서 작품 수록 순서를 왕창 바꿨다. 책 작업을 무조건 앞으로 땡겼다. 3년 전 작업이어도 책 작업이면 앞에 넣었다. 회사에서 했던 비슷비슷한 작업들은 몇 개 뺐고, 얇은 작업들은 뒤로 보냈다. 일러스트 작업이 있는 친구들도 북디자인을 우선 넣고 일러스트를 마지막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표지와 목차, 중간표지와 뒷표지를 추가해 총 28페이지로 마무리하고 메일을 전송했다.
며칠간 조마조마하며 면접대상자 발표를 기다렸다. 

그리고 대망의 면접을 가게 되는데...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