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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SBI 디자이너반 합격 후기 2 ) 면접썰

2021년 SBI 서울출판예비학교 디자이너반 면접 질문, 면접 복장, 면접준비 꿀팁 !
운 좋게 합격해서 이런 후기를 쓸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뭘 잘해서 붙었는지 모른다는 게 함정이지만
SBI 디자이너반에 관한 건 이런 뻘글조차 검색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렇게나마 닝겐의 온기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이 글의 의미인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담입니다. 매년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서류, 포트폴리오 준비 과정은 1편에 ↓
SBI 디자이너반 합격 후기 1 )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 면접날 뭘 입고 갔나요?
짙은 녹색 브이넥 셔츠에 슬랙스 입었습니다.



SBI는 면접날 뭘 입고 가야하는지부터 시험에 들게 하였으니.

정장과 단정한 평상복 사이에 얼마나 많은 여지가 있는가!



디자이너는 면접 복장도 감각적으로 입어야 할 것 같아서 왠지 더 어렵다.

남들은 어떻게 입고 오는지 보려고 디자이너반 면접 하루 전, Sbi 건물 앞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대부분이 정석대로 검정색 치마 정장에 구두 차림이셨다. 대학생 추정 옆 테이블 분들이 단체로 우와 회사원이다~하실 정도의 직장인 룩.

디자이너반 면접 오신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자켓 없이 초록색 상의를 입은 내가 제일 안 정석 같았다.

....그런데 뭐...이런 게 중요할까...?


👉 면접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압박면접? 뭘 물어보나요?
압박하고는 거리가 멀고요, 세상 편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됩니다.
공통질문 2가지와 각자 다른 개인 질문 1-2개 있습니다. 제가 받은 질문은 아래와 같아요.

공통질문 1 : SBI알게 된 계기와 지원동기와 포부
공통질문 2 :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자신 있는 작업 한 개 꼽고 설명하기 (의도와 표현 방식을 중점으로)
개인질문 1 : 실무경험이 있는데 또 지원한 이유
개인질문 2 : 포폴에 이 작업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된 거죠?



앞에도 썼지만 나는 면접을 똥망했다고 생각해 합격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알바도 안 그만뒀다. 그런데 합격이라니?

생각나는 건 첫째, 들어가자마자 면접관 분들 눈빛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것.
"자, 1번부터 SBI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랑 지원동기랑 포부 말씀해주세요."
1번과 2번 지원자가 조곤조곤 첫 질문에 답하는 동안 면접관들은 모니터에 시선 고정한 채 한숨만 푹푹 쉬셨다.
차분하고 조리 있게 잘 말씀하고 계신데도 면접관 분들 반응이 냉담했다. 우리가 뒷순서라 많이 피곤하셨던 건지...
그래서 그때 와...이 분위기 어쩌지? 가만히 있다가는 이대로 묻힐 것 같다는 위기감을 엄청 느꼈다.

둘째, 내 차례가 왔을 때 조금 웃겼던 것.
내 첫 마디는 이거였다.
"안녕하세요!! 씩씩한 사람!! 000입니다!!!"(나는 원래 목소리 톤이 천상여자 재질 굵직한 중저음이다.)
입 떼자마자 동시에 면접관 분들이 딱 고개를 드셨다. 아이컨택 성공.
근데 하도 떨려서 외워온 건 다 까먹었고 엉망징창 비정제 언어로 와다다 자기소개를 했다.
준비한 말을 다 못해서 아쉬웠고, 아무 대책없이 와서 말로 때우려는 놈팽이로 보일 것 같아 착잡한 마음이었다.

며칠간 도대체 내가 뭘 잘했길래 붙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재밌어 보여서 한번 가르쳐 보고 싶으셨나? 출판사 경력이 있다는 걸 좋게 봐주셨나? 정말 잘 모르겠다.

예상과 달리 격식체 쓰는 거에 부담 가질 필요는 없었다. 면접관 분께서 먼저 질문을 일상어로 주셨다.
"00씨는 책을 43권이나 만들어 봤네요? 뭘 더 가르쳐줘야 하나... 허어" (이게 개인질문 1번이었다.)
"아~ 일단 저 다녔던 회사가 전직원 세 명뿐인 회사였고요, 디자이너가 저 하나라서 제가 다 해야 하니까, 작업량은 많았지만 솔직히 그 중에서 '이걸 팔아도 되나?' 싶은 것들도 여럿 있었어요. 아직 더 배워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 정도로... 예의 갖추는 선에서, 이모 삼촌하고 얘기한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했다.

또 면접에서 묻는 거에만 대답하면 바보라고 배웠는데, 여기서는 안 물어본 것 주절주절 얘기하면 끊으시더라. 딱 물을 것만 묻고 끝. 티키타카가 빠른 걸 선호하시는 것 같다. (+실제로 심사 들어오셨던 선생님께서 면접 후일담으로 "짧게 물어봤으면 짧게 대답해야지, 왜 길고 바보같이 대답하나요?" 라고 말씀하셨다.)

마지막으로, 면접관을 웃겨라... 웃기면 합격...
(쌉소리 경보)
왜냐하면 나랑 같이 면접 보고 합격하신 분도 면접관을 웃겼다... 잘 안들렸지만 그 분 할때도 면접관들이 웃었다. 냉랭한 분위기를 사르륵 녹이는 기운이 있는 분이었다. 칸막이 땜시 자세히 보지는 못햤지만 왠지 새학기 첫날 친구하고 싶은 스타일이셨다,,, 🥰


👉 면접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반 기업 면접처럼 준비하면 되나요?
아뇨 기업 면접하고는 달라요. SBI는 회사보다 학교에 가까워요.
꼭 척을 해야 한다면... '일 잘하는 척' 말고, '잘 배울 사람인 척'하기...!?


준비하면서 제일 헷갈렸던 것, SBI는 학교인가 회사인가!
채용예정자과정이라 좀 애매하지만 그래도 학교에 가까운 듯하다. 사기업 면접 준비과정하고는 안 맞는 부분이 많다.

기업 면접에서는 회사 칭찬을 하면 면접관이 기뻐하지만, SBI 면접관 분들 중에는 이 조직을 칭찬해봐야 기뻐해 줄 사람이 없다. 강사 쌤들 앞에서 대학 칭찬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될 것 같다. 총장님이라면 기뻐하실지 몰라도, 선생님들은 우리를 다만 잘 가르치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므로 학교 칭찬은 무의미하다. 그리고 SBI 가 전문적/체계적/실무적으로 알려줘서 좋다는 건 이 바닥 사람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10초 뒤로 스킵하고 싶어하실 듯함.

또 사기업 면접에서는 내 성과와 능력을 자랑해야 하지만, SBI는 앞으로 잘 배울 사람을 뽑는다. 핵심은 내가 지금 잘하는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성과가 너무 출중하면 '자립할 수 있는 앤데 굳이 우리 돈으로 가르쳐야 하나?'싶어 망설인다고 예전 SBI 면접관이셨던 출판사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인디자인을 켜 본 적도 없는 비전공자들도 면접에 오기 때문에 전문성은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대기업 취준러처럼 1분 자기소개에 직무경험과 성과, 전문지식, 회사에 기여할 방안 이런 거 넣지 마시라...
(그런 거 넣어서 준비했다가 현장에서 눈물로 갈아엎은 사람 나야나) 특히 <면접왕 *형>, <인*담당자> 같은 취업 준비 유튜브 볼 필요 없다. 괜히 겁만 먹고, 실제와 동떨어진 내용이 많다.

대신 일에 대한 태도를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 진지하게 출판사 취업 생각이 있는 사람인지
- 출판학교에서 기술 배워서 자기 작업만 할 사람은 아닌지
- 이 기회가 정말 간절한 사람인지

SBI 홈페이지 소개글에는 "김영사, 문학동네, 비룡소, 사계절출판사, 열린책들, 창비, 21세기북스, 돌베개, 동녘 등 18개 출판사가 출연한 설립 기금과 독서진흥 특별회계 지원금, 67개 출판사의 기부금으로 세웠다." 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SBI에서 가장 거르고 싶은 지원자는 출판사 돈 들여 애써 키워 놨더니 출판계를 떠나버리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 출판사 취업에 로열티를 보여줘야 한다. 용돈까지 주면서 공짜로 가르쳐주는 소중한 기회이니, 이 일에 진심인 사람만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할 듯.


모른다더니 오지게 아는척했다. SBI 면접 후기 끝!
연초부터 회사 때려치고 오래도 준비했는데 붙어서 너무 좋다.
이제 야매로 해치우는 디자이너 말고 찐 기술자가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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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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