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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줄근한 여행기

베를린 놀러다니기 1: 미테 지구, 베를린비엔날레, 구제옷과 먹부림

베를린 미테 지구. 이 날 오전에는 동물원을 다녀왔다. 동물원역 앞 아시안 볶음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다가 실수를 했다. 내 이름 부르는 줄 알고 가져갔는데 다른 사람 요리였다. 직원이 다급하게 찾아와서 그릇이 바뀐 것 같다고 했지만 이미 손댄 거라 그냥 먹었다. 혼자 다니니까 반면교사 없고 매 스텝 망하면서 배우느라 하루가 짧았다. 사진은 환승 쟈철역의 특이한 타일.

1. KW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


베를린 비엔날레 중이었다. 티켓은 16유로. 스티커와 지도를 같이 준다. 베를린 네 곳에서 진행중인 전시를 기간 내에 볼 수 있다. 타이틀은 <We Don't Need Another Hero>. 

거대담론 말고 개인적, 잠재적인 걸 보여준다는 컨셉이었던 걸로 기억함. 여행 내내 영문 텍스트를 빠릿하게 읽지 못하니까 힘들었다. 어떤 작품이 굉장히 좋다거나 구리다거나, 의견을 가질 만큼의 정보력이 안 나옴. 낮은 정확도의 궁예질과 분위기 감상까지가 한계였다.

공간 대박 멋지다.

어떤 아프리카 소설을 주제로 한 작품이었다. 토템 같은 물체. 소설을 읽는 목소리가 주술 외는 것처럼 울려퍼진다.  


지하층에는 바가 있다. 진짜 바는 아니고 여성의 자위를 컨셉으로 한 작품이다. 지킴이에게 돈을 내면 실제로 음료수를 사먹을 수 있었다. 어느 나라 말로 Masturbar가 to masturbate라는 의미라서 그 단어로 Mastur Bar를 차렸다는 콘텍스트다. Ich liebe meine Vagina!

팬시한 보지 모양 소파에 앉아서 헤드폰으로 일렉트로닉 중성적인 읖조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감상중인 모습. 꼬마들이 눈 빛내며 열심히 보는 게 신기했다.

계단실 창문으로 마당이 내려다보인다.

우리나라의 어디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부분부분 옛날 건물의 일부가 보이는 거, 10년 이상 된 나무가 근처에 있는 게 피크닉...? 모르겠고 정원에 심긴 식물 하나하나 자연스럽게 오래된 느낌이 좋다. 한 철 디피용 플랜테리어 갬성하고는 다르다. 여윽시 힙스터는 식물을 잘 기르고 볼일임(??) 유리 큐브는 카페다.

홈메이드 레모네이드. 테이블 서비스가 뭔지 몰라서 또 헤맸다. 달지 않고 상쾌하고 반가운 얼음 음료수! 마시고 기분 좋아졌다.


포스터들


에코백 성지 do you read me? 식물 사진집이 내 취향이었다. 


다음 비엔날레 전시장 가는 길. 걷기 좀 멀어서 아무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베를린에서 많이 본 것 세 가지가 같이 있다. 담배꽁초, 벌, (쪼그만)사과!  

...스티커도 빼면 안 된다. 


충격 저퀄리티 그래피티(?)


2. Volksbühne Pavilion 

다음 전시는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 한복판에 있는 작은 유리 파빌리온이었다.

이런 시내 한복판에 있는 작은 흰색 가건물이다. 내가 들어오니까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던 지킴이가 쥐고 있던 메모지에 볼펜으로 막대기 하나를 쪽 긋는다. 여러 모로 전시중인 게 안 믿기는 환경.

플라스크 안에 부패한 액체들이 담겨 있다. 옆에는 약 달이는 중인가 1도 모르겠고

밖에서 열린 문으로 보면 더 기괴하고...이쯤해서 작품 읽기보다 궁금한 게 생겼다. 이 도시 사람들은 대체 뭘까. 이 정도를 받아주는 똘레랑스는 어디서 나올까?


도시풍경은 되게 현실감 없다. 디피용 가짜 전집 책등같이, 뜯으면 한 판으로 뜯길 것처럼 납작해 보인다. 미세먼지 필터도 없고 길도 쭉쭉 뻗어서 여행 내내 눈이 좋아진 느낌이었다. 평면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영향인 것 같다. 


베를린에 구제옷 파는 가게를 몇 군데 갔다. 빈티지샵 돌아다니다가 처음으로 한국인을 만났다. 사진은 Garage 라는 빈티지샵. 뜬금없는 곳에 있긴 한데 재밌었다. 광장시장 구제상가 느낌이고, 싸다. 

옷을 무게로 달아서 판다. 따로 걸려 있는 괜찮은 옷(?)이 3유로, 우리 돈 3600원 정도다. 자유롭게 입어볼 수도 있다. 물론 싼 만큼 상태가 나쁜 옷도 많고 보물찾기 하느라 쓰는 시간과 체력을 환산하면 싼 게 아닐지도... 글고 옷이 다 너무 커!


'v' 


오랑겐자프트! 말해보고 싶어서 사먹은 오자. 맛은...아침에주스가 그립다. 이거는 뭔가 오렌지 아닌 게 섞여있는 맛이다. 발포비타민 오렌지맛 느낌. 구제 뒤지다가 목마르고 굶주린 나한테는 괜찮았음.

근처 아무 레스토랑 맛있는 냄새 나서 드감. 이른 시간부터 사람이 많았다. 팔라펠 집이었다. 개맛있음.

개 큰 팔라펠 샌드위치가 3.5유로. 아 너무 프레시하고 맛있다. 이태원 팔라펠집보다 훠러럴럴씬 맛있다. 심지어 비건푸드고 사기적인 맛...헨드 언니네에 꼭 놀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U-bahn타고 숙소 근처 역 도착. 왜인지 육교 위에다 내려 줬다. 육교 무서워.

교각 밑에 둘기 똥파티중. 크고 건강한 비둘기인 것이다.

오른쪽 구조물이 Hallesches Tor 역.

비둘기 낀 페디먼트. 어떤 영국 초딩 남자애가 한참 보고 있었음.

초딩피셜 65마리라고 함.

멋진 에어비앤비 숙소

집앞 피자집 4.9유로짜리 마르게리따 피자. 그리고 리들에서 맥주 사서 낼 뭐할까 고민하면서 먹으면 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