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mi

(72)
디지털 소외와 우리 할머니 - 디지털 소외라는 말이 유행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가 아날로그 세대를 배제한다는 문제다. 줄 서서 표를 사는 노인들은 코레일 어플로 예매하는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뺏기고, 유튜버 막례쓰는 맥도날드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못한다. - 우리 할머니는 전맹 시각장애인이다. 어느 날 로또 맞은 것처럼 앞이 안 보이기 시작하셨다. 노인 실명률 1위라는 황반변성증이다. (tmi: 할머니는 강철 멘탈과 개그감각의 소유자로 블랙 유머의 달인이시다.) - 모든 버튼들이 터치스크린 속으로 사라지면서 할머니는 소외되었다. 다이얼이 있는 아날로그 라디오와 손에 익은 집전화가 유일하게 할머니 스스로 쓸 수 있는 물건이다. 4차 산업혁명템들은 스크린을 앞세워 할머니의 삶을 밀어내었다. - 할머니가 유일하게 반가워..
착즙하기 아무말 1) 깊게 감명받을 일이 갈수록 없다. 책이든 영화든 전시든 마찬가지다. 독해를 실패하는 일은 줄었는데 알아듣고도 '그냥 그렇구나'하고 말 뿐이다. '이건 좀 아니다'는 가끔 있어도 '오 멋진데' 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어떻게든 좋음을 쥐어짜내려는 것들이 싫었다. 왜 구린 걸 구리다고 말하지 못하냐는 생각이었다. 도통 내 기준에는 모르겠으니 높은 사람이 시켰거나 불가해한 개인사가 얽혔거나 초딩 독후감 단골 결론인 '본받아야겠다'처럼 영혼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말 2) 요즘에는 반대다. 어떻게든 아주 작은 장점이라도 찾아내는 게 훨씬 어렵다. 억지로 긍정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해도 구리다고 일축하는 것보다는 어려웠을 거다. 당장 오늘 본 전시에 관해서도 그럴듯한 의미 한 줄 찾아 쓰기가 어려..
판타지 물건 퐁신퐁신한 수플레 팬케이크라는 단어를 어딘가에서 들었다. 수플레 팬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퐁'자에 착안해 솜사탕 구름 위에서 말랑카우로 탁구치는 느낌을 상상했다. 그러던 중 홍콩에 갔다가 드디어 수플레 팬케이크라는 것을 처음 먹게 되었다. 입에 넣자마자 사르륵 녹아버려서 오! 했고 거의 동시에 공허했다. 퐁신퐁신은 그렇게 갔다. 프라이탁을 새내기 때부터 갖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지갑. 조각조각이 구성지게 꿰매진 게 멋져 보였다. 몇 년을 망설이다가 작년 겨울에 더 이상 앓는 건 못할 일이다 싶어 그냥 사버렸다. 지금 어떻게 되었냐면 첫번째 서랍에 처박중이다. 브랜든 회색/보라색인데 누가 이거 읽고 달라고 하면 줄테니까 제발 가져갔으면,,,결론: 판타지 타도
조양방직 화장실 토나온다 요즘 핫플레이스로 난리인 조양방직. 너무 별로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화장실 사진 너무 더러워서 썸네일로 못하겠다 ㅅㅂ)인스타용 사진 찍으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면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텐데, 애초애 기대가 너무 컸다.남자인 친구가 화장실 다녀오더니 "얔ㅋㅋㅋ 안에 인테리어가 좀 이상한데?" 뭐냐고 했더니 나 보여주려고 사진 찍어 왔댄다. 조양방직이 어떤 느낌으로 별론지 한 장으로 요약 가능 립스틱 묻은 냅킨을 액자에 넣어 전시, 옆에 날짜가 적혀 있다. 여자 손님이 버리고 간 냅킨을 주워다 붙인 걸까?변태 수집가 감성. 그것도 남자화장실에 여성 누드하고 함께라니. 의도가 너무 뻔하고 음침하다. 화장실 밖에도 쓰레기로 버렸을 물건을 장식 삼는 취향은 한결같다. 컬렉터 눈에 들었던 모종의 ..
~11월 4일 과제하다 질려서 메모리카드 정리하기 1. 티포찜머 포스터 첨 본 날. 띠용?? 때깔 무엇???아이섀도도 아니고 듀오크롬????는 은색에 조명색 비친 거였음. 존예였던 것이다. 2. 광주비엔날레 핑계로 매년 가는 광주. 몇번을 가도 마음에 든다.멀리까지 왔으니 열심히 봐야지 해 놓고선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고 있는 나 발견. 전시 서문 완독하기도 지구력 딸려서 ㅇㅇ그런갑다 하고 지나치기 바빴다. 너무 재미 없어서 생각해 보니까, 지금이 노잼시기인 게 아니라 실은 학교 다니면서 미친 것처럼 주당 서너개씩 전시 보고 너무 재밌고 보람차다고 생각했던 nn개월 전이 착각이었던 것 같음. 전시 보는 걸 좋아한 게 아니라 개념어, 사람이름 공부한 거 확인받는 맛에 다녔나 봄. 초심자 버프 반짝하고 나니까..
세상을 바꾼 벽보 / 대강포스터제 다녀온 11월 3일 1. 노잼시기... 9월 10월에도 여전히 책 보고 전시도 다니고 하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듦. 꾸역꾸역 하긴 하는데 재미도 없고 뭘 위해 하는지도 모르겠고 후기랍시고 할 말도 안 생겼다. 눈도장이라도 찍어 두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지만 그런 의미 착즙하는 것도 비루하고 지겹다. 오늘은 좀 달랐지만 2. 최근 재밌게 본 책은 프로파간다의 . 녹색당 신지예 후보의 서울시장 선거 포스터 얘기. 선거 포스터 속 디테일들을 아는 게 일단 재밌음. 세심하게 스타일링한 눈썹 결, 샤프해 보이도록 안경에 빤짝 효과까지 넣었음. 읽다가도 그런 디테일이 있었는지 자꾸만 표지를 뒤척거리게 됨. 뒤에 여성 선거 포스터 그래픽디자인에 관한 글도 유익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대 여성 정치인의 PR 전략이 그리 뻔하게 유형화될..
0816 올림픽공원 미디어팀이랑 출사 핑계로 놀러나옴.앞서 가는 캐논러들과 드로잉 2점 울 딸랑구들 엽록소 빛나는 날씨 가는 길에 꿩 봤다. 토끼도 뛰댕긴다. 나홀로나무 도착 아 여기다! 하고 풍경을 몇 장 찍고 나서 우리는갑자기 서로 갬성샷 찍어주기 모드로 돌입언덕 기어올라가서 찍고이러고 찍고드러누워서 찍고 ...그렇게 멤카 9할이 인물사진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풀메하고 갔지 쉬익쉬익매직아워 예쁨 그러고 말복 핑계로 닭먹으러 감~
0809 익선동 익선동 첨 가봄. 그냥 핫플이래서 가 봤다. 출사 가기로 약속한 날이었는데 깜박하고 전날 찌로공 핀교정 맡겨버려서 대신 창조주꺼 Df 빌려갔다.쿨한척하면서 남들이 좋대서 그냥 가봄~ 이러면서도 혹시 '제가 좋아하는 곳이에요(수줍)' 리스트에 하나 추가할 만한 장소를 발견하지 않을까 기대하긴 한다. 한번도 그래 본 적은 없고 트렌디하게 잘 꾸며놓은 동네니까 인싸인 척 할 일 있을 때 와야지.예쁜 가게들 많았는데 굳이 또 찍을 필요 없겠다 싶어서 안 찍었다. 더워서 엉클비디오 들어왔다. 청포도 에이드 맛있음.신기함. 초점만 맞추면 가려진 물체도 잘 보인다.소나기 오고 흐린 날이라 밤이 더 예뻤다. 건진 사진은 없다. 호기심 돋는 피사체를 못 찾았다. 인스타 갬성인 가게들 간판들 사방에 널렸는데, 찍으라고 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