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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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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웃기지가 이제 진짜 웃겨졌다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게 요즘의 맥락으로 재소환됐는데 하필이면 좁밥 비웃음거리라니. 유튭계의 이단아 가인학생 브이로그를 배꼽 잡고 보다가 갑자기 뒷목이 뻣뻣해졌다. 이 노래 웃기지가 들려와서. 내 맴 아픈 건 둘째치고 진짜 너무 찰지고 웃기게 부르니까 동네 사람들 유튜브에 검색해서 꼭 보세요... 돌이키기는 이미 늦었어... 시아준수 정규 2집 수록곡 (2013)가 이제 진짜 웃겨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스워졌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너무 웃겼다. 깔깔 얘 왜 이러니? 나 옛날에 준수 팬이었는데, 이런 바보같은 걸 왜 좋아했지. 빠깍지가 무섭구나. 그래서 나 탈덕했잖아 앜ㅋㅋㅋㅋ... 남의 일처럼 비웃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 콘서트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걸 기억해내기 전까지는 말이지.....
학교에 멧돼지스 출물 대강의실 수업 중이었는데 일시에 진동이 울렸다. 재난문자인가? 엥 학교 어플 알림톡이네? 내용: '강의실 뒤에 멧돼지스 출몰' ☆멧돼지 눈을 주시하면서 피신☆ 그날 오후 향학로 대단하다 우리 학교 보고싶긴 한데 죰 무서운걸
시래기 젖은 우산을 시래기 묶듯 아무렇게나 졸라매서 구석에 세워 놓고 들어왔다. 그 사람은 'ㅋ' 하면서 내 우산을 다시 집어들더니 우산살 하나하나를 능숙한 손놀림으로 매만졌다. 모처럼 우산에 칼주름이 잡혔다. 괜히 민망해서 "우산 대충 접으면 뭐 썩나? 아주 다림질까지 하지 그래?" 투덜댔는데 무척 그 사람다웠다. 그는 내가 아는 어떤 사람보다도 뾰족한 생각과 칼 같은 시간관념과 각 잡힌 글씨체를 가진 사람이다. 우산한테도 칼 같이 구는구나. 가끔 어떤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가진 모든 사물이 한 가지 느낌으로 견고하게 엮여 있는 게 느껴진다. 옷이나 안경테 같은 거부터, 꺼내 둔 지갑과 슬쩍 비친 휴대폰 배경화면까지 한 가지의 분명한 취향이 있는 사람 말이다. 아마 고를 때 꽤 고심해서 골랐을 거다. 어쩌면..
요가 레깅스를 샀는데 코르셋이 왔다 요즘 수영과 요가를 매일 다닌다. 목적은 기초체력 향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도 절망하지 않는 육체 가지기"가 목표다. 뭐 엘리베이터가 고장났을 때 쿨하게 계단을 택하는 건실한 인간이 되는 건 기초체력만의 문제는 아니겠다. 긍정적인 멘탈과 편안한 신발과 안 더운 날씨까지 맞아떨어져야겠지.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 좀 더 쉽게 그 핑계들을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6층 자리까지 쉬지 않고 두 계단씩 성큼성큼 올라와서도 헉헉대지 않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기능 향상이 목적이라 기능만 좋아진다면 모양은 상관 없다. 승모근이 올라오든 알이 배기든 관심 없어요. 요컨대 애플힙과 23인치 허리로 신체를 조형하는 게 목적이면 그게 코르셋이 아니고..
쾌차하세요 친구랑 점심 먹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국제구호단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붙잡혔다. "한 달 3만원! 굶주린 아프리카 어린이 몇 명을 살릴 수 있어요. 여기 서명 한 번만..." 우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희도 용돈 타서 쓰느라 돈 없어요..." 하고 빠져나오려 했다. 그런데 그가 우리 손에 들려 있던 쥬씨 컵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거 안 먹으면 되잖아요." 오잉? 말이야 방구야? 우리는 후닥 도망쳐서는 욕을 실컷 했다. 제멋대로 남의 라이프스타일을 사치라고 규정하는 거 진짜 예의 없다. 기부는 시혜 뽕인데 저래서는 누가 하겠어? 그러면서 저런 중간 직원을 거칠 바에는, 아프리카 어린이가 인스타그램에 저희 집이 가난하니까 돈 좀 부쳐 주세요 하고 계좌번호를 올리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
새내기의 발표 현대문화론 시간에 새내기 남자애들 셋이 발표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구렸다. "팩.트.입니다." 초록창 댓글러를 오프라인에 데려와서 마이크를 쥐어 준 격이었다. 내용이 쓰레기인 건 몰라서 그런 거니까 이해한다. 태도까지 쓰레기였다.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고, 좆 얘기만 나오면 몸을 배배 꼬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철없는 생각을 곧장 마이크에 대고 떠든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대충 알 것 같아서 더 불쾌했다. 참고로 그 반 수강생 성비가 극단적으로 남초다. 부럽다 야. 그게 바로 권력이야. 멍청한 걸 어떻게 까발릴지 메모하면서 듣다가 불쾌한 게 도를 넘었다. 이걸 왜 듣고 앉아있어야 하지? 교수님도 새내기 패기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걸 매주 들어야 한다니 앞이 캄캄했다. 질의응답이라며 이런저런..
재주는 많은데 "재주는 많은데..." 교수님이 내 포폴을 보고 한 첫 마디였다. 말줄임표는 무척 길었다. 오늘이 아니면 말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그도 나도 했던 것 같다. 애저녁에 해치웠어야 마땅할 질문들을 이제서야 듣고 답(을 못)하는 시간이었다. 정규 수업시간을 한참 넘겼다. 그래도 끝까지 눈을 맞추고 슬쩍 말려올라간 입꼬리로 내가 웅앵웅 대답할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 대단하신 분이다. 이럴 때마다 우리 학교가 꽤 괜찮은 학교였음을 깨닫는다. 어설픈 재능은 잔인하다는데, 지금까지는 좋기만 했다. 새로 뭔가를 시작하면 항상 혜성처럼 등장한 초급반 에이스가 된다. "소질 있으시네요." 뭐가 됐든 저 말을 들을 거란 걸 이제는 충분히 잘 안다. 습득력이 빠르고 금세 적응한다. 그 덕에 이렇다할 노력 없이 단타로 손쉽..
울 할머니댁 거실 빠져드는 대칭성 여자 기숙사 이사하는 날 남성의 4분류: 아버지, 남자 친구, 남자형제, 이성 남자 친구 종로 꽃시장 군밤 사먹음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전시 캡션 번역체 깜짝;; 뉴트로를 굳이 끼얹어야만 했을까 작업과정이 보인다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