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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대충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멜로디에 얹어서 부른다. 다음 가사는 모른다. 빨강머리앤에서 살짝 비껴난 95년생한테는 원곡보다 이쪽이 익숙하다. "주근깨 빼(뚝.)" 허무쏭이라고. 다 알테지만 2000년대 초등학생들의 밈이다. 대표적으로 "아빠가 출. 엄마가 안와." 가 있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의 몇 구간을 잘라내서 스토리를 반전시키는 언어유희의 일종이다. 반 애들은 점심시간마다 멀티(그땐 왠지 교실의 수업용TV를 멀티라고 불렀다)로 허무쏭을 틀고 깔깔거렸다. 낭랑한 전주에 이어 노래가 흐르다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음악이 뚝 끊기면 빵 터지기가 국룰이다. 얔ㅋㅋㅋ 주근깨 빼랰ㅋㅋㅋ~~ 근데 왜 하필 "주근깨 빼"야? 은근히 나..
퇴사하면 (네모)할 수 있다 ★★★★★ 퇴사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트월킹을 출) 수 있다! 퇴사 후 제3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이혜진씨. 제1, 제2의 전성기는 누구 마음대로 건너뛰느냐면... 각각 초5 때와 대학교 1학년 때였고 아무튼 지금이 제3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전성기란 '커리어하이'와 무관하며 개인적 행복감만을 척도로 합니다.) 퇴사의 효능! 원기회복, 정력증강, 스태미나! 자다가도 번쩍 일어나 트월킹을 춥니다! 나빴던 시력이 좋아지고 피부 트러블이 줄고 커피를 아무리 늦게 자도 말똥하게 다음날 눈이 떠집니다! 모든 일에 의욕이 충만해지고 낮잠을 퍼자거나 누워서 빈둥거릴 시간 따위 없는 열정맨으로 변신! 평범한 하루를 유럽여행의 하루처럼 살아요! 밀린 전시 다 보고요! 운동, 작업, 맛있는 밥해먹기, 고양이 ..
고양이 발
대머리독수리테리언 되도록 채식을 하려고 한다니까, 주변 사람들이 내가 고기를 맛없어하는 줄 안다. "엥 아뇨? 업진살 살살 녹는데요?" 문제는 고기맛이 아니라 공장식 축산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다. 죽이려고 키운다니 몹쓸 짓이다. 내 돈 단 한 푼도 축산업에 쓰기 싫다. 그래서 고기를 싫어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비슷한 식생활에 자리잡았다. 저커버그는 육식할 때마다 동물이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직접 사냥한 고기만 먹는다고 했다. 나도 공장식 축산 말고 수렵채집으로 잡은 고기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저커버그만큼의 용기와 돈이 없다. 자연사한 동물 사체나 반려닭이 낳은 무정란 같은 건 먹을 수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못 구해서 못 먹는다. 이때 보다 쉽게, 먹을만한 고기를 찾는 방법이 있다..
숫자에 약한 인간 "저 퇴근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룰루랄라 사무실 문간을 나서려는데 툭 하고 발치에 뭐가 걸린다. 지저분한 박스 하나가 덩그러니 있다. 음 또 실수를 했군. 어디에서 반품한 물건인지 송장을 힐끔 본다. 의미 없다. 어차피 다 내가 보낸 거다. 종종 있는 일이다. '치매인가?' 호들갑도 더 안 떤다. 내일의 나한테 뒷처리를 넘긴다. 종류, 수량 맞춰 책을 세어서 박스에 담는 단순한 일도 제대로 못해서 일을 만드는 그게 접니다! 근데 왜 이럴까? 말로만 듣던 '늙어서 그래'가 신년을 맞이하야 닥쳐온 건가? 으음. 아니요. 늙어서 그렇다고 하기엔 원래 못 했다. 어려서부터 셈이 느렸다. 계산하는 게 돈이든 눈치든 수학 문제든 다 자신 없어서, 차라리 셈을 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애들이 편 갈라 싸울 때 누구..
욕망의 귀마개 접기 기숙사 때부터 애용했는데 몇 년만에 이 물건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이어폰처럼 낑구던 하수 시절은 갔다. 최근에는 다만 1 밀리미터라도 깊이 찔러넣기 위해 손끝에 힘을 집중한다. 심혈을 기울여 바늘처럼 뾰족하고 가늘게 만든다. 그런 다음 귓바퀴를 쫙 땡겨서 들어갈 경로를 일자로 만들고, 꾹 눌러 깊숙히 박는다.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잠시 누르고 있는다. 사르륵... 스폰지가 서서히 팽창하면 차원이 다른 고요함이 찾아온다. 점점 멀어지는 꽁치의 애옹 소리... 딥슬립 만세.
난감한 일 3가지 1. 퇴식구에서 짬통에 수저 던지고 수저 통에 짬 부어버리기... 맨날 가는 점심 한식뷔페에서 밥 먹고 퇴식구에 줄 서 있었다. 그때부터 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정신차려보니 잔반통에 수저 던지고 수저 통에 잔반을 부어버렸다. 사실 수저를 내려놨는데 쨍그랑 소리가 안 나서 보니까 손에 들린 게 국그릇이더라고... (뇌정지) 어어... 이거... 안에서 괜찮다고 하셔서 죄송합니다 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2. 일 도와주러 오신 분이 너무 할아버지 우리 사무실이 4층인데 화물용 엘베가 없어서, 책 들어오는 날이 고역이다. 지하주차장에 있는 1톤트럭에서 하나하나 내려서 수레에 싣고 엘리베이터 타고 사무실 안까지 일일이 실어날라야 한다. 원래는 나랑 실장님이랑 하는데, 이번에는 양이 많았다. 그래서..
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 김주희, 현실문화 (2020) 지하철에 보면 여성 전용 대출 광고가 있다. 미즈** 같은. 오래 전부터 궁금했다. 그런 게 왜 있는지. 특별히 여자가 돈을 더 잘 갚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굳이? 그게 궁금하던 차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 "여성 전용 대출은 성매매 업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니까 여자는 몸을 팔아서라도 빌린 돈을 갚게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게 정말일까? 그래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펼치자마자 그 대부업체 이름이 나와서 흥미진진하게 봤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선불금 등 성매매 업주와의 부채가 무효라는 판례가 이어지면서 업주가 아닌 제 3자, 즉 사채업자나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여성들이 직접 대여금을 받도록 주선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즈사랑', '여성 전용 안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