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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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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함에 대하여: 악에 대한 성찰 잔혹함에 대하여: 악에 대한 성찰애덤 모턴 지음/변진경 옮김돌베개, 2015. 살인마나 소아성애자를 악마라고 욕하는 일에 비하면, 그의 동기를 이해하고 나조차도 그와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상상하는 일은 무척 거북하고 어렵다. 필자는 이 사고실험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 책을 거의 통째로 바친다. 영화 속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넘나들며 온갖 예를 드는데, 이게 드라마틱하고 흥미롭다. 방향성이 모호하고, '그런 사람도 있지만 안 그런 사람도 있다' 식의 서술이 우유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무튼 예시들이 재미있는 것만으로도 읽은 보람이 있다. 제목이 진지하고 어려운 본격 철학 서적처럼 보이는 것은 좀 어색하다. 표지가 멋지다. '악'이라는 글자를 색 없이 레터프레스로 찍었다. 다 읽고 나면 내용에 힘입..
후 이즈 힙스터? / 힙스터 핸드북, 문희언, 여름의숲, 2017 p.5 -서울시 마포구에 산다.-맥주는 수입 맥주만 마신다. 선택지가 없으면 카스다.-스파게티라면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 아니면 알리오올리오가 최고다.-해마다 일본이나 대만 같은 가까운 나라로 혼자 여행을 간다.-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제주도이다.-서핑은 강원도 양양이다.-이태원은 인스타그램 사람들의 동네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태원에 간다면 한남동이다.-최근 가장 즐겨 듣는 건 신해경과 실리카겔이다.-아이돌은 샤이니, f(x), NCT를 좋아한다.-페이크 버진이나 김밥레코드가 주최하는 내한공연에 가 본 적이 있다.-하나 정도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다.-텀블벅 후원 횟수는 10회 이상이다.-좋아하는 영화감독은 노아 바움백 아니면 자비에 돌란이다. 웨스 앤더슨은 기본이다.-언리미티드 에디션 참가 경..
히토 슈타이얼, <스크린의 추방자들> 워크룸프레스 히토 슈타이얼, 워크룸프레스쉽게 설명하려는 생각이 없는 문체. 각주가 본문보다 더 길기도 함. 전체적으로 밀도감이 빡 있고 종이도 겁나 두꺼워서 잘 펼쳐지지도 않음. 이래 놓고 맹탕인 것 같으면 지적 허세야 뭐야 하면서 안 읽었을 텐데, 중간중간 툭 튀어나온 송곳같은 생각이 있어서 헉 함. 머리아파 죽겠는데 계속 읽게 됨. 은근 매력적이다. 1 / 자유낙하: 수직 원근법에 대한 사고 실험 1. 현대의 특징: 근거 없음“많은 동시대 철학자들은 ‘근거 없음’이야말로 현재의 순간을 특징짓는 지배적인 조건이라 지적한다. 우리는 형이상학적 주장이나 기초적인 정치 신화의 안정적인 근거가 되는 그 무엇도 상정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결과는 주체와 객체 그 모두에게 영구적인, 아니면 적어도 간..
므찐 곳: 비트라 캠퍼스 Vitra Campus 어제 프푸에서 오는 기차 안 군것질거리로 시작...리들에서 Physalis 꽈리 같은 걸 사먹었다. 어떤 알은 금귤처럼 새콤달콤하고 어떤 알은 파프리카처럼 뭔가 고추 같은 맛이다. 비트라 캠퍼스는 독일 남쪽 끄트머리 바일 암 라인에 있다. 이날 숙소는 스위스 루체른이라 일찍 조식 먹고 남쪽으로 갔다. 비트라 쇼룸은 아빠랑 혜나도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갔다. 네비 찍는데 주소가 찰스 임스 스트라쎄여서 오 했다.주차장은 알바로 시자 프롬나드!므찐 것... 바깥 풍경이 깡패다. 병났는지 링거 맞고 있는 몬스테라. 자랑하고 싶은 멋진 공간이다. 근데 사진 찍어온 거 보고 다시 느끼는 거지만 내 특징은 물욕하고 연관된 곳에서 항상 재미가 없어... 건물은 헤르조그 & 드 뫼롱 작품. 집같이 생긴 매스 단면이 특..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Jüdisches Museum Berlin 드디어 왔다! 그 유우명한 다니엘 리베스킨트 유대인 박물관! 짐 쌀 때 아이젠만 책 찢어서 베를린까지 들고 왔다. 2년 전 아르스 할 때 아무리 읽어도 뭔 말인지 모르겠었다. 실물을 보고 다시 읽으면 이해가 될까 해서. 결론은 아니오ㅋ 아직도 모르겠음. 근데 그 때 느꼈던 좌절감이 인상적이라서 기어이 보러 오게까지 된 것 같다. 실제로 보니까 진짜 미쳤다. 사람을 막 들었다 놨다 한다. 새삼 공간의 힘이 이런 거구나를 느꼈다. 젤 눈에 띄는 건 외벽의 균열이다. 아이젠만이 헐레이션이라고 하면서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내부에서 보면 밝은 빛이 눈에 잔상으로 남아서 지표적 건축 뭐뭐.... 책 읽을 땐 아 그렇겠다, 했었다. 막상 와 보니 균열이 많은 2,3층은 사무실이라서 못 들어갔다. 내가 접근 가능한..
문화역서울284 <개성공단> 문화역서울284 2018. 7. 6 ~ 9. 2. 첫인상: 현수막 컬러 나이스! 전시 디자인은 일상의실천 www.everyday-practice.com/ 개성공단 근로자 작업복 컨셉의 현수막. 실물이 더 예쁘다. 근데 저 정갈한 원버튼의 컬러 재킷 왜 ㄹ혜가 생각나는것이지이거 멋짐. 인터스트리얼한 게 개성'공단'스러워서 설득력 있기도 한데 그 전에 그냥 저 프레임이 조형적이고 멋짐.탁아소 보모 인원은 63명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시시콜콜한 수치를 제시해서 재밌음. 다만 유리 단면이 손 베일 것처럼 생겨서 무서웠다. 특이하게 상판이 기울어져 있다. 쭉쭉 보다보니 눈앞에 있던 신문들이 무릎께로 훅 내려가 있어서 띠용 했음. 개성공단 생산품으로 작업하는 양아치 작가. 30분 차이나는 시계는 이번에 맞춘 남북한..
국립현대미술관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 How Little You Know About Me> 전에는 전시실 1,2에서 올해의 작가상, 3,4에서 종이와 콘크리트 이렇게 두 전시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합쳐서 두 배 규모로 하고 있다. 어쩐지 봐도 봐도 끝이 안 나더라. 오늘 꼼꼼히 보려고 했는데 입장해서 2전시실 반쯤 보니까 문 닫을 시간 되어버림. 게다가 전시종료가 모레다... 4월 7일 오픈이었는데 학기중에 좀 올걸.다른 전시보다 벽에 설명이 자세하게 많이 써 있다. 소책자에 써 있는 것과 같은 글이다. 처음에 전시가 쉽다고 느꼈던 것도 무의식중에 설명을 읽어버린 탓인듯. 그나저나 저 노란색 도형, ASMA? 로 추정되는 알파벳이 무슨 약자인지 모르겠다. 옆에 있는 직원 분들께 물어도 아무도 모른다. 마크 살바투스 2015, 비디오, 작가소장문이 열리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전부 열리고 나면 닫..
국립민속박물관 <세대를 넘어 수제화 장인> 국립민속박물관 18. 6. 20. ~ 18. 10. 15.입장료 무료 아이덴티티는 오려낸 가죽 컨셉으로 한 듯. 레터링도 신발 느낌이 확 난다. 예쁜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다. '근현대 직업인 생애사' 사업 일환으로, 을지로에서 80년째 신발을 만든 송림수제화가 전시 주제다. 같이 간 울 아빠는 알던데 나는 생전 처음 들어봤다. 동선을 따라서 연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누가 봐도 신발가게인 파티션1930 코리아 어퍼 미들 클래스 개 힙해 고객으로부터 감사 편지까지 받을 정도면 대단한 가게인 것 같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내용이 감사하단 얘기 아닌뎈ㅋㅋㅋ 꾹꾹 눌러 쓴 정성 손편지인 건 맞다. 전시장 벽을 따라 움직이는 동선. 가운데는 신발 공장처럼 꾸며져 제조 공정을 보여준다. 자세히 보..